두산에너빌 주가 급락에 비용부담 커져…10일 이후 임시 이사회 열듯
분할합병안 의결할 임시주총 취소시 무산 가능성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는 두산그룹 사업 개편안이 비상계엄에 따른 주가 하락에 좌초할 위기를 맞았다.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내건 주식매수청구권이 결국 비용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날아온 것인데 두산은 곧 이사회를 열어 이러한 안을 의결할 임시 주주총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임시 주총이 열리지 않으면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올해 내내 추진해온 분할합병 건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르면 오는 10일이나 11일 임시 주총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 이사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12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분할 합병 관련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러한 사업 재편안은 또다시 백지화할 위기를 맞았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46.1%를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안을 추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사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제시했다.
그러나 비상계엄이라는 돌발 변수로 약속한 주가와 실제 주가와의 괴리가 커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예상보다 큰 비용 부담을 안게 됐고, 그 결과 분할합병의 실익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날 코스피에서 대표적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3.87% 하락한 1만7천3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6천억원이 넘을 경우 분할합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6천억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분할합병 성공 시 가스터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성장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이다.
만약 이사회 결정으로 임시 주총 개최가 취소될 경우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목적으로 추진했던 분할합병 건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7월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대 축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겠다고 밝히고,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에 있는 두산밥캣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편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두산그룹은 지난 8월 말 이를 철회했다.
이후 지난 10월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병 비율도 재산정하며 이러한 분할합병안을 재추진했다.
이러한 재추진안에 대해서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갈렸다.
글래스루이스와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찬성 의견을 냈고, ISS와 서스틴베스트,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등은 반대를 권고했다.
여기에다 이날 국민연금기금이 사실상 '기권'과 같은 조건부 '찬성'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해 10일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액인 2만890원을 상회하는 것을 조건으로 표결을 행사하기로 했다. 주가가 오를 가능성은 작아 국민연금의 결정은 기권과 같다고 증권업계는 해석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분할합병 건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입장에서 주력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성장과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해 분할합병을 추진했지만, 비상계엄이라는 돌발변수를 만났다"며 "임시이사회에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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