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서 제재결의안 부결…작년 정상회담선 '전략적동반자 관계'
"시리아 새 정부, 러·이란·中에 기대지는 않을 것" 관측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반군의 대반격으로 몰락하면서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중국의 대(對)시리아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시리아 반군이 지난 8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아사드 대통령 일가는 러시아로 망명하면서 13년 넘게 이어진 시리아 내전은 반군의 승리로 사실상 종식됐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9일 정례브리핑에서 "시리아의 미래와 운명은 시리아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시리아 국민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이익을 위한다는 책임을 가지고 고 조속히 안정과 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치적 해결책을 찾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미국에 맞서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차원에서 그를 지지해온 중국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하며 아사드 정권을 강력하게 비호해온 러시아와 이란만큼은 아니지만 아사드 정권과 꾸준히 우호 관계를 다져왔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아사드 정권 제재 결의안이 여러 차례 올라왔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 채택을 번번이 무산시켰다.
2022년에는 중국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시리아가 공식 참여했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막식 참석차 방중한 아사드 대통령을 만나 양국 외교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이 정상회담을 두고 장기 철권통치로 '학살자'로 불리며 외교적으로 고립된 아사드 대통령에 대해 중국이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중국과 시리아의 이러한 관계는 외교·투자 등 여러 측면에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군이 이끌 시리아 새 정부가 아사드 정권을 지지해온 중국에 전향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상하이외국어대 중동문제연구소의 판훙다 교수는 시리아 새 정부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아사드 정부보다 중국에 덜 우호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군이 미국과 튀르키예 중 어느 쪽에 동조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러시아, 이란, 중국에 의지하지 않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을 경계해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통제를 강화해온 중국의 정책 기조도 시리아 새 정부와의 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은 2014년 시 주석의 신장 자치구 방문 당시 우루무치 기차역에서 발생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폭탄테러 이후 분리주의·극단주의 운동을 근절하겠다며 신장에서 종교·사회 통제를 강화해왔다.
아사드 정권과의 협력 의제 가운데에도 신장 자치구의 소수민족 위구르족 문제가 포함돼있었다. 2013년 이후 중국 위구르족 수천 명이 시리아로 이동해 알카에다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드 대통령도 2017년 중국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위구르족이 튀르키예를 거쳐 시리아로 들어왔다"며 시리아와 중국 정보기관이 이와 관련해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대공세의 구심점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이다. 알카에다 연계 조직으로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을 전신으로 하는 HTS는 여성의 히잡 강제 착용을 금지하는 등 온건책을 펴왔지만, 미국은 여전히 HTS의 목표가 시리아의 민주화가 아닌 근본주의적 이슬람 국가 건설이라고 보고 HTS를 테러단체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다만 장기간 내전으로 피폐해진 국가를 재건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리아 새 정부가 중국을 적대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장루프 사만 싱가포르 국립대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년간의 내전 끝에 막대한 투자와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새 정부는 중국과의 프로젝트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시리아가 중국의 '주요 파트너'가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의 투자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사만 연구원은 "HTS도 국제사회를 적대시하지 않으려 메시지를 신중하게 조율해왔고, 중국은 아사드의 반군 진압에 직접 관여한 러시아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지므로 새 지도부가 중국을 응징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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