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 경찰 소환 조사 방침에 분위기 상반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신선미 강애란 기자 =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으로부터 출석을 요구받은 것과 관련해 정부 부처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장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부처는 뒤숭숭하지만 참석하지 않은 부처는 내심 안도하면서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는 특별수사단의 소환 조사와 관련해 애써 말을 아끼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농식품부는 아직 송미령 장관 소환 조사 일정을 받지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 일정과 방식이 정해지면 조사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장관 소환 조사와 관련해서 무거운 심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부처뿐 아니라 유관기관 전 직원은 흔들림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인천공항 면세점 신선농산물 입점 행사' 등 대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가 지난 9일 경북 포항에서 열린 그린바이오산업 발전 협의회에 참석하면서 외부 활동을 재개했다.
송 장관은 지난 6일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데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당시 송 장관은 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국무회의인 줄은 알지 못했다면서 "알았으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계엄 선포에 대해 "혼란스러웠고 아주 깊이 우려했으며, 동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오영주 장관에 대한 경찰 소환 조사와 관련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부는 오 장관의 국무회의 참석 사실도 뒤늦게야 공개한 바 있다.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한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평소와 같이 12월 동행축제, 한-UAE 중소벤처위원회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오 장관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국무회의 참석 관련 질문을 받고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민생에만 집중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예전과 똑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은 장관이 소환조사를 받는 상황은 피하게 돼 안도하는 분위기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열린 지난 3일 세종시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 만찬 자리에 있었던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도 지난 3일 세종에서 머물렀다.
해수부는 강 장관이 국무회의에 불참했다는 사실은 곧바로 공개했지만, 국무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몇몇 장관은 국무회의 참석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참석 여부와 관련해 "소집 통보를 받지 못해 불참했다"고 밝혔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는 연락받지 못해 참석하지 않았고, 선포 후 국무회의에는 참석했다고 말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장관이 계엄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하면서도 "상황이 이렇게 돼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참석 안 한 장관은 '천우신조'(하늘이 도왔다) 아니냐?"고 말했다.
ykim@yna.co.kr, sun@yna.co.kr, ae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