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서 '주지사'라 부르고 향수 광고에 질 여사 사진 이용
트럼프측 "공감 얻는 유머 감각"…트뤼도 "놀라거나 두려워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두고 외교 무대에 조기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특유의 조롱과 독설에도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외국 정상 중에서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첫 '집중 타깃'이 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지난번 위대한 캐나다주 쥐스탱 트뤼도 주지사와의 만찬은 즐거웠다"고 적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캐나다의 국경 관리와 무역수지 불균형을 문제 삼으며 '25% 관세 부과'를 거론했고, 이후 자택으로 급히 찾아온 트뤼도 총리에게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겠다면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농담이라고 해도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발언을 한 데 그치지 않고, 다시 캐나다를 미국의 주(州)로, 총리를 주지사로 공개적으로 지칭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4일에는 트루스소셜에 자신이 거대한 캐나다 국기 옆에 서서 캐나다의 상징인 로키산맥을 바라보는 장면의 이미지를 게시하며 "오 캐나다!"라는 한 줄짜리 글을 올리기도 했다.
만찬 이후 열흘여 동안 반복해서 캐나다와 트뤼도 총리를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당선 후 첫 외국 방문이던 지난 7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도 '조롱의 무대'로 활용됐다. 타깃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8일 소셜미디어에 기념식 날 자신과 질 바이든 여사가 대화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과 자신의 향수 '파이트 파이트 파이트'를 합성한 광고 이미지를 올렸다.
이 이미지에는 "여러분의 적들도 거부할 수 없는 향수"라는 문구가 적혔다.
AP통신은 일련의 사례들을 두고 "트럼프 당선인에게 트뤼도 총리와의 만찬과 파리 방문은 단지 외교·정책 연습만이 아니었다. 중요한 '트롤링'(인터넷에서 공격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도발하는 행위) 기회이기도 했다"고 논평했다.
AP는 "수십 년간 엔터테이너이자 타블로이드의 단골손님으로서 관심을 끌기 위한 도발에 재능을 보여 온 트럼프 당선인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에는 팬들을 동원하는 데에 이 재능을 활용하고 있다"며 "상대방을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동시에 이를 온라인에 널리 퍼뜨려 지지자들을 즐겁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선 대선 기간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능부터 걸음걸이, 골프 실력, 해변에서의 몸매까지 조롱했고, 바뀐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맥도날드 알바 이력'이 거짓이라 주장하며 직접 맥도날드에서 감자를 튀긴 사례 등을 소개했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이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디샌티모니우스'라는 멸칭으로 부른 일도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이런 언행을 '유머 감각'이라고 주장한다.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내정된 스티븐 청 대선캠프 대변인은 AP에 "당선인은 평균적인 대중과 공감하는 메시지 전달의 전문가"라며 "반면 미디어들은 너무 진지하게 접근해 '트럼프 광기 신드롬'에 사로잡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트롤링 타깃이 된 상대방은 일단 평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트뤼도 총리는 이번주 초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그의 접근법은 때로 도전적이고, 협상 상대방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불확실성과 혼돈을 야기한다"며 "중요한 것은 놀라거나 공포에 질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제럴드 버츠는 트럼프 당선인의 '51번째 주 발언'이 과거 임기 때에도 최소 6차례는 있었다면서 "트럼프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이 왜 놀라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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