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도 계엄 후폭풍…임상·투자유치 타격 우려

입력 2024-12-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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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도 계엄 후폭풍…임상·투자유치 타격 우려
환율급등에 해외 임상·원료의약품 수입 차질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 출범도 지연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글로벌 임상 진행과 원료의약품 수입에 타격을 받은 데다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도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업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1일 복수의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은 1천40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1원 오른 1천434원에 개장했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 업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은 글로벌 임상시험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2023년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 약 3천900건 가운데 제약사 등이 한국 포함 2개국 이상에서 실시한 다국가 임상시험의 비중은 약 48%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5년(2014∼2018년)에 비해 절대 승인 건수 기준 약 28% 증가한 수치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임상 진행이 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또다시 임상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장비나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데도 환율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실에서 쓰는 장비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98% 수준"이라며 "환율이 오르면서 각종 장비, 소재, 부품 등을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맥락에서 원료의약품 수입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11.9%로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급도가 낮아졌다는 것은 수입액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계엄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바이오 벤처에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외국 자본, 국내 펀드 등이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됐다"며 "바이오 벤처는 글로벌 및 우리나라 펀드의 투자를 받고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기회를 얻는데 이 부분이 불안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를 못 받으면 연구개발(R&D) 진행도 어려워진다"며 "사업 생태계가 위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바이오 육성 정책도 계엄 사태에 발목을 잡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출범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당초 이달 출범 예정이던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바이오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방침이었다.
업계는 국가바이오위원회를 통해 기초연구부터 임상, 상용화 등 가치사슬 전반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간 바이오 분야는 과기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각각 정책과 R&D를 다뤄 분절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 수행이 어려워지면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출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민간 합동 컨트롤타워인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도 다음 회의 개최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목표로 지난해 출범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는 지금까지 총 4차례 회의를 열어 R&D, 전문인력 양성 등 사안을 논의해왔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 공전 상태에 있다"며 "업계 발전을 위한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계엄 사태가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원료의약품의 경우 기업체가 몇개월 치를 미리 확보해두는 사례가 적지 않고, 코로나19 이후 수입처 다각화에 주력해온 만큼 원료 제품 공급 측면에서 타격을 덜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수출 비중이 큰 곳은 오히려 고환율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을 해외에 직접 판매할 경우 대금을 달러로 받아 실적에 도움이 된다.
셀트리온[068270]은 지난 4일 "사업 특성상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주로 달러나 유로화로 수익이 발생한다"며 "원화 약세가 사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하루빨리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어디까지나 정치의 문제로 산업은 계속 돌아가야 한다"며 "해외 파트너 기업과 소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 가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anj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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