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반군 안내로 대통령 관저 둘러봐…창고에 선물 쌓여있어
반군 진격 초조하게 지켜본 모습도 포착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14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시리아인 대다수가 굶주림에 허덕이는 와중에도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 온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의 관저 내부가 공개돼 주목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반군의 안내를 받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굽어보는 위치에 건설된 웅장한 규모의 대통령궁 내부를 둘러본 모습을 소개했다.
거대한 입방체 형상의 대통령 관저는 복도에 붉은 카펫이 깔려있고 응접실에 커다란 샹들리에가 걸려있는 호화스러운 모습이었다.
수도가 반군에 함락된 이후 시민들이 관저로 몰려들어 고가품을 약탈하면서 텔레비전이나 보석 등이 많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화려한 생활을 짐작하기는 충분했다고 NYT는 전했다.
식당에는 독일 테이블웨어 브랜드인 빌레로이앤보흐의 샤토 라인 접시와 시리아 국기로 장식된 찻주전자가 놓여있었다.
커다란 창고에는 아사드가 전 세계 방문객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이는 선물이 천장까지 가득 쌓여있었다.
보석이 박힌 안장을 단 2피트(약 60cm) 크기의 낙타 장식품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너온 것으로 보이는 황금성도 눈에 띄었다.
아사드가 자국민에게 사린가스를 사용하는 등 잔혹한 행위를 저질러 국제적 비난을 받기 전인 2002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인 필립공을 만나 찍은 사진도 발견됐다.
사무실에는 조각품이 비치돼있었고 외부의 조경도 잘 꾸며져 있었다.
앞서 소셜미디어에도 아사드의 소유로 보이는 한 호화저택 차고에 람보르기니, 페라리, 애스턴 마틴 등 고가의 자동차들이 즐비한 모습이 공유되기도 했다.
다만 반군이 수도로 진격하면서 긴박했던 관저의 상황이 잘 드러나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 사무실의 쓰레기통에는 파쇄된 서류가 넘쳐났고, 반쯤 마시다 만 커피와 한 무더기의 담배꽁초, 리모컨이 남아 있었다.
사무실의 주인이 반군의 진격 소식을 TV로 지켜보며 초조하게 담배를 태운 것 아니냐는 짐작이 가능한 모습이다.
NYT는 아사드 정권이 거대한 관저를 짓고 유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을지 반군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NYT에 관저를 안내해주던 한 반군은 "아름답지만 모두 바샤르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2011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두 달간 구금됐었다는 한 시리아 시민은 "그는(아사드) 왕의 삶을 살았고 우리는 토끼와 개처럼 살았다"고 한탄했다.
그는 경제 붕괴와 전기 공급 부족 등으로 전쟁 기간 힘들었던 삶을 호소하며 "국가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고, 말 한마디만 해도 체포했다"고 했다.
시리아 정부 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는 또 다른 시민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결국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며 반군의 승리 소식을 기대감을 갖고 지켜봤고, 정권이 무너진 이후에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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