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임받은 FBI국장 "트럼프 취임 前 사임"…정치중립 퇴색 논란(종합)

입력 2024-12-1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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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임받은 FBI국장 "트럼프 취임 前 사임"…정치중립 퇴색 논란(종합)
트럼프 압박에 임기 2년여 남았지만 바이든정부 종료시점 사퇴 밝혀
후임은 정치보복 공언한 '트럼프 충성파' 파텔…상원 청문회서 논란일듯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사실상의 '불신임'을 받은 크리스토퍼 레이(57)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1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FBI가 미국 언론에 공개한 발언 요지에 따르면 레이 국장은 이날 FBI 직원들과의 면담 행사에서 "수주간의 숙고 끝에, 내년 1월 현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일하고 물러나는 것이 FBI에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임기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내달 20일 종료된다.
레이 국장은 "내 목표는 여러분들이 매일 미국 국민을 위해 하고 있는 필수적인 일인 우리 사명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내 생각에 이것(임기 종료전 사임)이 우리의 업무 수행에 매우 중요한 가치와 원칙을 강화하면서, FBI가 혼란 속으로 더 깊이 끌려 들어가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사임 결심은 자신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밝힌 뒤 "나는 이곳을 사랑하고, 우리의 사명을 사랑하고, 이곳 사람들을 사랑한다"면서 "그렇지만 내가 집중해왔고,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 FBI를 위해 옳은 일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 때인 2017년 임명된 레이 국장은 임기(10년)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로도 2년여 남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30일 '충성파'인 캐시 파텔(44) 전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을 차기 FBI 국장으로 기용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트럼프로부터 사실상의 '불신임' 통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레이 국장이 자진 사퇴 형식을 취하더라도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한 새 FBI 국장이 취임하려면 임기를 남긴 레이 국장이 자진 사임하거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후 레이 국장을 해임해야 할 상황이었다.
레이 현 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1차 임기 종료 후 기밀자료 반출 및 불법 보관 혐의에 대한 수사에서 FBI가 트럼프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압수수색한 일을 계기로 트럼프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레이 국장이 임기를 남긴 상황에서 물러나면 FBI 국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임기를 10년으로 정한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최고 수사기관인 FBI는 테러, 사이버범죄, 화이트칼라 범죄, 부패, 민권 침해 등에 대한 수사를 맡는다. 자연히 방대한 정보를 관리할 수밖에 없는 FBI의 수장은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한 업무가 요구되는 자리다.
1970년대에 FBI 국장 임기가 10년으로 정해진 것은 초대 국장인 존 에드가 후버 같은 '막후 권력자'형 FBI 국장이 다시 나오는 것을 막고, FBI국장이 정권 교체 등 정치적 변수와 관계없이 독립적·중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에도 임기가 남아 있는 FBI 국장을 해임한 전력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충성 맹세' 요구를 거부한 제임스 코미 당시 국장을 트위터(현 엑스) 메시지로 해임한 뒤 국장 대행 시기를 거쳐 레이 국장을 후임자로 지명했다.
레이 국장의 후임자로 내정된 파텔은 2020년 대선을 '사기'로 규정했다.
그는 트럼프 재집권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승리를 도왔다고 판단하는 언론인 등에 대해 사실상의 '보복'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이력 등으로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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