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이후 최고 수위 군사 압박에도 모호한 입장…'트럼프 2기' 겨냥 해석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미국 하와이 경유 해외 순방에 반발한 중국이 대만을 겨냥해 대규모 군사 훈련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중국 국방부는 군사 훈련이 진행 중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대만은 최근 주변에 배치된 중국 군함 규모가 과거보다 커졌다며 비상대응센터를 설치하고 경계 중인데 중국군이 훈련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즉답 없이 "병무상세(兵無常勢), 수무상형(水無常形)"이라는 손자병법의 어구를 언급했다.
병법에는 고정된 형태가 없다는 의미로, 통상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말로 쓰인다.
우 대변인은 "훈련을 개최하는지와 언제 개최하는지는 우리가 자신의 필요와 투쟁 형세에 근거해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훈련을 하는지 안 하는지와 무관하게 해방군(중국군)은 '독립'을 타격하고 통일을 촉진하는 쪽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우유부단해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만군은 지난 9일 중국군이 동부 저장성과 대만에 면한 남동부 푸젠성 동쪽으로 비행제한구역 7곳을 설정하고 대만 인근 해역에 해군 약 60척과 해경국 함정 약 30척 등 총 90척을 파견하는 등 '회색지대 도발'을 하고 있다며 경계 태세를 최고 수위로 높이고 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국가안보 관계자는 중국의 이번 압박이 1996년 대만의 첫 총통 직접 선거 당시 반중 성향 리덩후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일으킨 제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해상 군사 움직임이라며, 올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진행된 '연합 훈련 리젠(利劍·날카로운 칼)-2024'과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중국이 벌였던 대만 포위 훈련 규모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훈련 진행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으며 관영언론도 따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내달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표면적인 평화 상황을 유지하면서 전략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우 대변인은 이날 중국군 3호 항공모함 푸젠함이 이달 초 5차 시험 항해를 마친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에 "푸젠함이 시험을 하는 것은 건조 과정의 정상적 일정이고, 건조 상황에 맞춰 후속 시험을 할 것"이라며 시험 항해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2022년 6월 진수된 배수량 8만여t의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건조한 첫 사출형 항공모함으로, 1호 항모 랴오닝함과 2호 항모 산둥함의 '스키점프대' 함재기 이륙 방식이 아닌 전자기 사출기 방식을 채택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항공모함 갑판에서 함재기를 곧장 쏘아 올리는 이 방식은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이륙을 가능케 한다. 전자기 사출기 장치를 갖춘 항모는 미국 제럴드 R. 포드함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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