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코로나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서 항공기에서 좌석 젖히는 문제를 두고 승객 간에 다툼이 늘고 있다.
최근 유럽 출장길에서 기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야간 출발 항공편을 이용해 10여시간 비행을 한 뒤 새벽 시간 현지에 도착해 바로 업무가 시작되는 스케줄이었다.
컨디션 조절이 필수였기에 개인 비용 100달러를 내고 가장 앞자리를 잡았다.
항공사는 추가 비용을 낸 승객에게 앞좌석이나 비상구 좌석 등을 지정해준다.
그런데 뒷좌석의 단체여행객 가운데 한 아주머니가 좌석을 뒤로 젖히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때마침 지나가던 승무원이 "식사 때나 안전에 문제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좌석 젖히는 것은 괜찮다"고 말해줬다.
기자는 "허리가 아파 유료로 좌석을 구입했다"며 공손히 답을 했다.
아주머니는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이었으나 별다른 논리를 찾지 못했는지 이내 조용해졌다.
문제는 한밤중에 발생했다. 새벽 3시쯤 되어서였을까. 모두 곤히 잠들어 있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좌석에 충격이 느껴져 깨보니 사방은 무척 조용했다.
뒷좌석 아주머니만 잠시 눈을 떴다 감는 모습이 보였다.
왜 좌석을 치느냐고 항의하자, 아주머니는 혼잣말로 "좌석이 좁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후 잠이 들 수가 없었고 뜬눈으로 앉아 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난해 이코노미석 좌석 갈등이 국내 고속버스 좌석 갈등과 함께 논쟁이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고속버스 우등 좌석과 항공기 이코노미석은 각도상 큰 차이가 있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이 118도가량이 최대지만, 프리미엄 고속버스 좌석은 165도까지 젖혀진다.
항공기의 구형 비즈니스석 좌석과 비슷할 정도다.
비행기 좌석을 젖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각 항공사가 동일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착륙 시와 식사 시를 제외하고는 편하게 젖힐 수 있다는 것이 각 항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각 항공사 홈페이지에는 좌석의 넓이와 각도 등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
로펌 고우의 고윤기 변호사는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보면, 항공권 티켓을 구매한 것은 이착륙, 식사 시간이 아니면 좌석이 젖혀지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항공사에서도 논란을 방지하기 위서 좌석 등에 대한 내용을 고지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좌석 젖히는 문제로 논란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유독 한국 승객들 사이에서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경향이 잦다"면서 "식사 시간 등을 제외하고 좌석 젖히는 것은 승객의 권리"라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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