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024년 지구촌은 우크라이나전과 가자전쟁 등 두 개의 전쟁으로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해 경제, 안보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부각될 세계질서 격변을 예고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3년째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전은 러시아 지원에 나선 북한의 파병으로 서방과 권위주의의 진영대결 구도가 더 선명해졌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맞서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춰 핵전쟁 또는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중동정세는 지각변동을 겪었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급습으로 촉발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가자전쟁은 1년 이상 계속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사실상 해체한 데 이어 이란과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세력에까지 공세를 확대했다.
시리아는 중대 변화를 맞이했다. 우크라전과 가자전쟁으로 각각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이 약화한 사이 폭압적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반군의 대반격을 받고 무너졌다.
하마스, 헤즈볼라, 시리아 정부군 등 이란이 주도한 '저항의 축'이 약화해 중동 내 힘의 균형은 이스라엘로 기울어졌다.
무려 50여개국에서 중대 선거가 펼쳐진 '슈퍼 선거의 해'였던 올해, 각국에서는 경제난의 책임을 묻는 민심의 정권심판이 주를 이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고 일본에선 장기 집권해온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의석을 놓쳤다.
영국에선 보수당이 노동당에 밀려 퇴진했다. 프랑스에서 범여권이 1당을 놓치는 등 유럽 곳곳에서는 포퓰리스트 정파가 득세를 재확인했다.
인류 문명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시험 단계를 벗어나 경제활동에 본격적으로 적용돼 새로운 산업혁명을 예고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경기부진 우려가 감지되자 급격히 끌어올렸던 금리를 다시 낮추기 시작했다.
지구 밖에서는 달 자원 선점과 심우주 진출의 교두보 마련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민간업체들까지 대거 가세하며 다시 불붙었다.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의 귀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은 11월 치러진 미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에 완승을 거두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경합주를 싹쓸이하며 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하게 된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만 78세에 취임하게 돼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라는 역사도 새로 쓰게 됐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 속에서 선거 운동을 치른 그는 지난 7월 대선 유세 도중 피격돼 피를 흘리는 등 두 차례의 암살 시도를 비롯한 중대 고비를 잇달아 넘기며 극적으로 재기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을 덮친 극심한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자 증가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에 등을 돌린 미국 유권자들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마가' 구호로 파고 들었다.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은 고령에 따른 인지력 논란에 휩싸여 대선 후보에서 중도 낙마한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전격 등판해 첫 여성 대통령, 첫 아시아계 대통령, 두번째 흑인 대통령이라는 미국 헌정사의 새 기록에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첫 임기 때에도 '미국 우선'을 강조하던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2기엔 미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더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천명, 전 세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그는 이미 고율 관세 부과,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 '힘을 통한 평화' 원칙 아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의 조기 종전을 공언하면서 향후 글로벌 안보와 무역 등 국제 질서에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임을 예고했다.
◇ '우크라·중동' 출구 없는 두개의 전쟁…러 '핵사용' 문턱 낮춰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전은 서방과 권위주의 진영을 갈라치며 3년째 계속됐다. 중동을 화약고로 만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가자 전쟁은 이란과 헤즈볼라 등 친이란세력 등이 가세하면서 1년 넘게 지속됐다.
우크라이나전은 예기치 못한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국제전으로 확대될 갈림길에 섰다. 우크라이나는 동부전선의 교착을 딛고 영토 탈환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를 기습 점령했다. 북한은 난처해진 러시아를 지원하려고 쿠르스크주에 1만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했다. 이로 인해 국제전으로의 비화 우려가 커졌다. 그간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파병이 거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향후 예상되는 종전 협상을 앞두고 양측의 교전은 한층 격화했다. 종전시 점령지를 따라 국경이 형성될 가능성 때문이다. 러시아는 인해전술식 진격을 서둘렀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을 허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교리를 개정해 핵무기 사용 기준을 완화했다. 이 때문에 핵전쟁 위험이 더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가자지구 내 사망자는 4만4천명을 넘었다. 인구 대다수가 난민으로 전락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하마스를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뇌부를 대거 제거했다.
그 과정에서 헤즈볼라의 근거지 레바논까지 침공해 기간시설을 파괴했다. 이란은 대리세력이 파멸 위기에 몰리자 직접 나섰다. 자국 인사의 암살을 이유로 이스라엘을 직접 공습했으나 타격은 미미했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자국 군사 인프라가 크게 훼손됐다.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은 빈사상태에 빠졌다. 중동 내 힘의 균형은 이스라엘 쪽으로 기울었다.
◇ 시리아의 봄 올까…내전 13년만에 반군 깜짝 승리
중동의 또다른 화약고였던 시리아에서 13년째 피비린내 나던 내전이 반군의 깜짝 승리로 귀결되면서 중동정세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53년에 걸쳐 2대째 철권통치를 이어온 알아사드 정권은 11월 27일 시작된 반군의 파죽지세에 줄줄이 주요 도시를 내주다가 11일 만인 12월 8일엔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함락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가족과 비행기를 타고 급거 피신해 러시아로 망명하면서 24년간 학살자이자 독재자로 군림하던 권좌에서 끝내 줄행랑 퇴진했다.
이에 따라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를 무차별 유혈진압하며 내전의 불씨를 댕긴 아사드 정권은 50만명 이상의 희생자와 600만명 이상의 난민을 남긴 채 폐허가 된 시리아를 반군의 과도 정부에 넘겨주게 됐다.
이번 깜짝 승리를 이끈 반군 주축은 아메드 알샤라(옛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이끄는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으로, 아사드 정권의 최대 배후였던 러시아와 이란이 각각 우크라이나전과 가자전쟁에서 소모전을 이어가느라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할 여력이 줄어든 틈을 놓치지 않고 승전을 끌어냈다.
내전의 총성은 일단 멎었지만 그간 제각각 셈법에 따라 반군을 우회 지원해온 미국,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 열강 3개국은 과도기의 시리아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며 무주공산에 깃발을 꽂으려 혈안이 됐다.
중동 맹주인 이란 입장에서는 그간 레바논부터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연대'의 한축이 무너진 것이어서 가뜩이나 가자전쟁과 맞물려 일촉즉발이던 중동 정세가 한층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와 후속조치 관련 한일 갈등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노역한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7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컨센서스(전원동의) 방식으로 확정됐다.
이해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등재에 반대하지 않고 동의해준 데 따른 것이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하면서 현장 주변에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을 설치하고 추도식을 매년 열기로 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유네스코 회의에서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세계유산위원회 결정과 관련된 일본의 약속을 명심하며,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을 포함한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들을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도섬에 설치된 전시 시설에는 조선인 징용의 강제성을 보여주는 표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 전시물에는 조선인을 비하하는 민족 차별적 표현마저 포함됐다.
이에 한국 정부는 전시물 개선을 요구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약속한 추도식은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결국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11월 24일 개최한 추도식은 한국측 참석 거부로 '반쪽 행사'가 됐다. 한국 정부 관계자와 유족들은 별도 추도 행사를 열었다.
양국 언론은 일본 정부측 추도식 참석 대표를 맡은 외무성 정무관 이쿠이나 아키코 참의원 의원이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과거 기사도 갈등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후 교도통신은 아키코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관련 보도는 오보였다며 정정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일본이 연 추도식에 불참한 이유로 "추도사 내용 등 추도식 관련 사항이 당초 사도광산 등재 시 합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 일본 집권 자민당, 12년만에 중의원 단독 과반 붕괴
장기 집권해온 일본 집권 자민당이 10월 27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사실상 참패해 12년 만에 중의원에서 단독 과반이 무너졌다.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191석을 차지해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제1당 지위는 지켰지만 연립 공명당 의석 24석을 합쳐도 중의원 전체 의석 465석의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자민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2009년 선거 때 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절치부심한 자민당은 2012년 옛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 2021년 등 최근 4차례 총선에서 매번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데 성공, '일강다약'(一强多弱) 구도를 연출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일본 정치권은 1994년 이후 30년만에 여소야대 상황도 맞게 됐다. 이에 자민당은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과 정책별로 협력하는 '부분 연합'을 통해 정권을 운영하기로 했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총리직을 유지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를 거쳐 10월 1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후임으로 총리직에 올랐고, 취임 직후 중의원 해산을 결정해 조기 총선을 치렀다.
자민당 주도 연립 여당의 앞날은 불안정한 상태다.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와 도쿄도 의회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내각 불신임 결의나 자민당 내부의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정국이 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 민심 이반 요인으로는 2023년 12월께 불거진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파문과 고물가에 따른 생활고 등이 꼽힌다.
◇ AI, 본격 사용단계 진입…새로운 산업혁명 예고
올해는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의 사용 범위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해였다. 2022년말 생성형 AI 챗GPT 열풍을 시작으로 점차 적용 범위를 늘려온 AI 기술은 올해 들어 산업계와 의료계, 교육계 등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도입됐고 폭발적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었다.
AI 데이터 플랫폼 기업 웨카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조직 중 88%가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고 업무 과정에 AI 기능이 통합된 곳도 24%였다. 지난 11월 미국 주요 주가지수인 다우지수에서 전통의 반도체 강자 인텔이 빠진 자리에 AI칩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편입된 것은 반도체 업계의 지형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6월 처음으로 시총 1위 기업에 등극한 데 이어 시총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AI 머신러닝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91)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구글 AI 딥마인드 창업자인 데미스 허사비스(48) 등 3인방이 노벨화학상까지 거머쥐면서 본격적 AI 시대의 도래를 확인시켰다.
전세계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 역시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AI 시대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AI는 새로운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한 여파를 사회 전반에 몰고 오고 있으나 기술 발전의 속도를 윤리적 한계에 대한 논의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 전세계 금리인하 시작…경제정책 방향 대전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과 함께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연준은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는데, 이는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연준은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스몰컷)하며 인하 행진을 이어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에 약 2년 만에 정책금리를 인하하며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ECB는 9, 10, 12월에도 세 차례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영국은 8월 기준금리를 내리며 통화 완화로 방향을 틀었고, 캐나다도 6, 7, 9, 10월에 이어 12월 다섯 번째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특히 10월과 12월은 모두 0.5%포인트를 내리는 '빅컷'이었다.
한국 역시 10월에 3년 2개월 만에 '피벗'에 나선 이후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낮추며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다.
주요국의 잇따른 금리 인하는 인플레 압력이 어느 정도 완화한 대신 경제성장세 둔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이는 정책금융의 초점이 고용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0년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단행한 금리 인하가 인플레로 이어지자 각국은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를 올리며 물가를 잡기 시작했다가, 통화정책을 올여름부터 완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연준의 잇따른 금리 인하로 미국에선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미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국들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추진할 관세장벽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금리 향방을 저울질하고 있다.
◇ 트럼프 승리에 날아오른 비트코인…10만달러선 사상 첫 돌파
정부의 통제와 감시에서 자유로운 대안 화폐라는 평가와 함께 투기적 자산이란 이중성을 지닌 비트코인의 가치가 탄생 15년여만에 처음으로 개당 10만 달러(약 1억4천만원) 선을 넘어섰다.
비트코인은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로 마무리된지 약 한 달만인 2024년 12월 5일 10만 달러선을 넘어 장중 한 때 개당 1만4천 달러 가까운 가격에 거래됐다.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에 따른 규제완화 기대감이 랠리를 이끈 결과다.
이후 조정이 이뤄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0만 달러선 안팎을 넘나들고 있으나, 호재만 있으면 가파르게 오르며 강세를 유지 중이다.
비트코인 강세에는 같은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진통 끝에 승인한 것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상장개방형 펀드로도 불리는 ETF는 주가지수나 금, 은 등 특정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다.
실물을 사지 않고도 해당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증권거래소에서 간단히 사고팔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쉬워 지금껏 제도권 바깥에 머물던 비트코인이 세계 금융시장 주류에 편입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암호화폐 전문 매체들은 올해 미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에 순유입된 자금이 340억 달러(약 48조7천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중 110억 달러(약 15조7천억원)가량이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 이후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 전세계 주요국 집권당 선거 참패…서방 극우 약진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굵직한 선거가 치러진 '슈퍼 선거의 해'에 지구촌 민심은 정권심판론으로 쏠렸다.
정치·경제적으로 영향력 큰 주요국에서 줄줄이 집권당이 선거에 참패, 향후 국제질서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했다.
배경에는 물가 급등과 같은 실물경제의 악화, 반이민 정서의 확산,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대의민주주의 위기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월 미국 대선에서는 '초박빙'이라던 안팎의 예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538명 중 312명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동시에 치러진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해 미국 내 정치 구도가 뒤집혔다.
7월 영국 총선에서는 집권 보수당이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노동당에 정권을 내줬고, 프랑스 총선에서는 범여권이 2위에 머물렀다.
이에 앞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강경 우파 정치세력이 의석을 불려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고, 9월 독일 지방선거에서는 나치 시대 이후 처음으로 극우당이 승전고를 울리는 등 유럽 전반에서 극우 세력이 약진했다.
아시아에서도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 12년 만에 중의원에서 단독 과반이 무너졌다. 나렌드라 모디 일본 총리는 압승할 것이라던 출구조사와 달리 집권당 단독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채 가까스로 3선에 성공했다.
올해 한국의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08석에 그친 것도 세계적인 집권당 패배 흐름의 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국의 비상계엄 및 탄핵 사태, 프랑스의 총리 불신임 등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어 2025년에도 정치적 불안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민간 우주 유영 시대 열려…탐사 경쟁 가열
2024년 민간인이 우주 유영에 성공했다. 미국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이 이끄는 민간 우주비행 프로젝트 '폴라리스 던'(Polaris Dawn) 팀은 지난 9월 10일 미 우주기업 스페이스 X의 우주캡슐 '드래건'을 타고 우주 비행에 나섰다. 지구에서 약 730㎞까지 비행한 후 드래건 밖으로 빠져나와 우주 유영을 하며 우주선 위에 홀로 섰다. 그리고 총 닷새간의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기관에 소속된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이 우주유영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민간 주도의 우주 비행 시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각국 우주 탐사 경쟁에 민간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올해 지구 궤도를 향한 로켓 발사 시도는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일련의 시도는 순수 탐사보다는 달에 매장된 자원 선점, 우주관광 보편화, 심우주 진출 등을 위한 실용적 기술 경쟁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NASA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조사할 무인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를 지난 10월 발사했다.
중국은 6월 '창어(嫦娥·달의 여신 항아) 6호'를 통해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토양 샘플 채취에 성공했다. 중국은 자체 건설한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에 유인 우주선 '선저우 18·19호'를 발사하며 우주 탐사를 계속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스페이스X가 달·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은 다섯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마치고 수직 착륙에 성공했다. 특히 발사탑의 '젓가락 팔'을 사용, 추진체를 회수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로켓 재활용이 가능해졌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착륙선 '오디세우스'(노바-C)는 2월 달에 착륙했다. 오디세우스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2년 만에 달 착륙에 성공한 미 우주선이자, 달에 착륙한 첫 민간 우주선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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