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선진국 지도자들, 성난 유권자 달래지 못해 지지율 추락

입력 2024-12-1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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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선진국 지도자들, 성난 유권자 달래지 못해 지지율 추락
주요 선진국 중 스위스 정상만 지지율 50% 넘어…윤대통령, 제일 낮아
전쟁·고물가·이민에 사회 불만 커졌지만 경제 침체로 정부 대응 한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 지도자들이 유권자들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는 추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 3일 공개한 '세계 정상 지지율 추이'를 보면 산업화를 이룬 나라 중 지도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부정적 평가보다 많은 국가는 스위스(56%)뿐이다.
25개 민주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37%,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26%,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19%,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19% 등이다.
계엄령 선포·해제와 그로 인한 탄핵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이뤄진 이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25개국 중 가장 낮은 15%로 집계됐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지도자 3명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으로 모두 개발도상국의 정상이다.
WSJ은 선진국의 유권자들이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 정체된 실질임금, 이민 급증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수년간 지속되는 상황에 불안해하고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진국 지도자들은 경제 성장 둔화, 고금리, 채무 증가 등의 제약을 받고 있어 현안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갈수록 유권자들에게 힘든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또 선진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의료, 연금 등에 써야 하는 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 침체로 세수가 줄고 있고 빚을 더 내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이는 정부가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어떤 경우 둘 다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인기가 없다.



유권자들의 불만은 정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인기가 없는 지도자들이 이질적인 정당들로 구성된 연립정부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의미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의회의 정부 불신임안 통과로 연립정부가 무너지면서 사퇴 압박을 받는 마크롱 대통령이 총리를 새로 임명했다.
숄츠 독일 총리는 연립정부의 붕괴로 앞당겨진 내년 2월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WSJ은 한국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인기 없는 윤 대통령이 오래 지속되지 못한 계엄령 선포 이후 탄핵을 가까스로 피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런 정치 격동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은 야당, 대중 영합주의자, 반(反)체제 정치인들이 성장할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다시 당선된 게 그런 사례라면서 WSJ은 미국에서 집권당이 세 번 연속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189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지목했다.
새로 선출된 지도자가 누릴 수 있는 허니문 기간도 짧아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인기 없는 리시 수낵 총리를 몰아낸 지 5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로 급감했다.
민주주의·선거지원 국제연구소(IIDE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치른 71개의 전국 단위 선거 중 약 3분의 1에서 현역 정치인이 졌는데 이런 경향은 선진국에서 더 두드러졌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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