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날씨에 대학 새내기부터 70대까지 50여명 참석해 구호·자유발언
"탄핵안 표결 앞두고 모여있을 한국의 시민들과 연대하고 싶다"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한국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교민 집회가 열렸다.
현지 교민단체인 '워싱턴촛불행동'이 조직한 집회에 참석한 교민 50여 명은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북과 꽹과리 장단에 맞춰 '재미동포 창피하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자유 발언을 하며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촉구했다.
한국에서 1960∼70년대에 이미 계엄을 경험한 70대 할아버지부터, 유학중인 대학 신입생까지 참석자들 면면은 다양했다.
자유 발언 시간에 마이크를 잡은 대학생 김송아린(19)씨는 "남자 친구가 한국에서 군대에 가 있는데 (계엄이 선포된 3일) 걱정되는 하루를 보냈다"며 "외국인 친구 여럿이 연락을 해왔는데, 중국 친구로부터 '한국은 민주적인 나라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하는 말을 들으니 '재외동포 창피하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김 씨는 "초등학교 5학년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시위때 아버지와 함께 광화문에 갔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와 같이 조직화한 힘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기복(72)씨는 "나이가 들었지만 우리 세대는 독재를 물리친 세대"라면서 "'윤석열 반대'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종북세력이라고 몰아치는 그런 낡은 사상은 버리고,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교민 단체 '코리아피스나우'(Korea Peace Now)의 간사로 일하고 있는 조현숙(46)씨는 "미국인들로부터 (계엄사태와 관련해) 많은 문자를 받았다"며 "참담하고 창피한 마음도 있지만 미국은 2021년 1월 6일 시민(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한 지지자들)들이 의회 의사당으로 난입했는데, 한국에서는 반대로 시민들이 국회를 지켜냈다며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행사를 주도한 해외촛불행동의 이재수 코디네이터는 "12일부터 15일까지 워싱턴뿐 아니라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 등 미국 13개 도시에서 집회가 열린다"며 "한국 국회에서 앞으로 몇시간 후면 탄핵 투표가 진행되고, (국회 주변 등지에서) 많은 시민들이 모이는데, 그들과 함께 한다는 연대의식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