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해달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후 국민에게 연말 송년회 개최를 당부했다.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치와 외교, 국방 등의 불확실성이 커져 연말 분위기를 낼 상황은 아니지만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골목 경제가 얼어붙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이미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여건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계엄, 탄핵소추와 심판으로 이어지는 정국 불안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결정타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는 과거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급격한 심리적 위축으로 장기간 경제에 타격을 줬던 경험을 갖고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등 내수경기가 타격을 받았다. 2014년 세월호 사태와 이듬해 메르스 사태 때도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가 경기의 발목을 잡았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발했을 당시엔 사회 전체가 얼어붙었고 자영업자들은 지금까지 그 여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연말 송년회와 각종 모임으로 활기가 넘쳐야 할 상권에 심상찮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국의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의 신용카드 매출이 작년보다 9.0% 감소했다고 한다. 과거 두 차례의 전직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엔 내수 타격을 중국 경기나 반도체 경기의 호조가 메워줬다지만 지금은 우리 경제가 탄핵정국의 여파를 감당해낼 체력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분기 성장률은 2분기 -0.2%, 3분기 0.1% 등으로 부진했고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었던 수출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최근 국내외 연구소와 국제기구가 발표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개 2% 선에 턱걸이한 수준이지만 산적한 대내외 악재를 감안하면 향후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 각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자도생의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캐나다는 경기둔화와 불확실성 대비를 위해 다섯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유럽도 성장둔화에 대응하려고 3회 연속 정책금리를 내렸다. 경기 부진 속에 미국과 무역전쟁을 앞둔 중국은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등 연일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다음 달 출범할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초강경파 인사들로 경제팀을 꾸린 뒤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엄혹한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경제와 민생을 위한 정책과 집행이 멈춰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 과정의 불확실성이 하루빨리 제거돼야 함은 물론이지만, 이제는 정치 상황과 별개로 경제는 돌아가야 한다. 추가경정예산 등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정책을 총동원하여야 할 시점이다. 내수 부진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불안한 외환·주식·채권시장을 안정시킬 정책 기금들도 가동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확충특별법 등 국회에 계류된 경제분야 법안도 조속히 통화시켜 업계를 지원해야 한다. 부동산과 환율 불안보다 식어가는 경기를 되살리는 게 급선무라면 한은이 과감한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적기를 놓치면 우리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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