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해외 진출 등 투자 기반 이민 계획 늘어나는 추세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1기 때보다 더 강경한 대(對)중국 기조와 반(反)이민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으로의 이주를 고려하는 중국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통적인 이민자 그룹인 노동자 계층이나 중산층의 미국 이민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높아지는 관세 장벽 등에 대비해 투자를 기반으로 미국에 자리 잡으려는 중국 기업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 광둥성에서 의류 제조 업체를 운영하다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 생산 라인을 구축하면서 미국 이민을 고려 중인 다니엘 마이의 사례를 SCMP는 소개했다.
주재원(L-1A) 비자로 미국에 체류 중인 그는 최근 취업이민(EB-1C) 비자 신청을 결심했다. 이는 미국 영주권을 발급받기 위한 첫 단추이자, 두 자녀까지 서서히 이주시키는 데 필요한 절차다.
다니엘 마이는 "처음에는 가족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내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더욱 그렇게 됐다"고 SCMP에 밝혔다.
그는 "이전까지 미국에 와본 적도, 미국 이민을 고려해본 적도 없었지만, 미국에서의 긍정적 경험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며 "올해 해외에 생산 라인이나 지사를 확장한 사업주가 광둥성에만 20명 이상 있다"고 덧붙였다.
특기자 이민(EB-1A) 비자 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공급망 컨설턴트 마이크 리우의 사례도 소개됐다.
중학생 두 딸을 둔 그는 중국 학생들이 미국에서 비자를 발급받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신의 비자 신청이 성공하면 딸들의 미래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이제까지 이민을 고려해본 적이 없었는데, 중국에 있는 자산 가치가 급격히 줄어들고 기업가 사이에서 자신감도 낮아졌다"면서 "미국에서의 기회를 탐색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홍콩무역발전국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중국 본토 기업가의 90%가 향후 3년 이내에 글로벌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에는 5천200만 개의 소규모 또는 중소기업이 존재한다고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집계했다.
또 중국 테크 관련 매체인 '36kr'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75만 곳 이상이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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