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특사, HTS 수장 알샤라·과도정부 총리 알바시르 만나
"시리아 주도로 신뢰할 수 있는 정치적 전환 해야" 주문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시리아 과도정부의 실권자로 평가받는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수장 아메드 알샤라(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16일(현지시간) '외교 무대'에 군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유엔의 시리아특사 예이르 페데르센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알샤라와 시리아 과도정부 총리 무함마드 알바시르를 만났다고 밝혔다.
시리아 국영 SANA 통신이 발행한 면담 사진을 보면 알샤라는 셔츠에 재킷을 걸친 모습으로 페데르센 특사를 맞았다.
그는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군복에 흰색 터번이나 국방색 모자를 머리에 쓴 모습으로 미디어에 등장하곤 했다.
이날 평상복 옷차림은 이슬람 무장세력 지도자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온건한 통치세력의 일원으로 정상적 외교활동에 나선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알샤라는 최근 반군이 승리하자 지난 13년간 이어진 내전 과정에서 쓰던 가명 알졸라니 대신 본명인 알샤라를 대외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페데르센 특사는 성명에서 알샤라를 "새 행정부의 사령관"이라고 지칭해 눈길을 끌었다. HTS와 알샤라를 시리아 정권을 넘겨받을 과도정부의 일부로서 인정하는 시각이 반영된 표현으로 풀이된다.
페데르센 특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54호 원칙에 따른 신뢰할 수 있고 포괄적인 시리아 주도의 정치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015년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채택된 2254호 결의에는 "모든 당사자는 민간인과 의료시설을 비롯한 민간 시설을 겨냥한 모든 공격, 공습, 포격을 포함한 무차별적 무기 사용을 중단한다"는 등 문구가 담겼다.
페데르센 특사는 "시리아 국민에게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언급했고, 과도정부의 과제와 우선순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 지난 14일 요르단 아카바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의 논의 내용을 전달했다.
아카바 회담에는 요르단, 미국,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레바논,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 외무장관과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페데르센 특사 등이 참석해 시리아 상황을 논의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HTS는 2012년 알카에다 연계 조직으로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을 전신으로 한다. 알샤라는 2016년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끊고 여성에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등 온건한 정책을 펴 왔다.
아직 HTS를 테러단체 명단에 올려두고 있는 미국은 지난 9일 "우리는 앞으로의 행동으로 그들을 판단하겠다"며 테러단체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4일 아카바 회담에 참석한 후 "HTS 등 반군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칼라스 EU 고위대표도 다마스쿠스에 특사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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