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 외국정상 만나지 않겠다' 입장서 선회 분위기…日정부 "환영…쌍방 편리한 때 회담"
日, 아베 부인 면담·손정의 1천억달러 투자 등 트럼프와 관계 구축 노력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이 내년 1월 취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 노력에서 잇단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일본 내에서 받고 있다.
17일 일본 공영방송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임 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들(일본)이 원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통해 이시바 총리에게 책과 기념품 등 선물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을 중시한다는 취지의 트럼프 차기 대통령 발언을 환영한다"며 "쌍방이 편리한 시기에 회담을 갖고 차분히 의견을 교환하면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시바 총리와 회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 캠프 측과 의사소통을 계속해왔지만 상세한 내용을 얘기하는 것은 상대방과의 관계도 있어 삼가겠다"며 "계속 의사소통을 해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아키에 여사를 만났다.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당선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마러라고에서 다시 맞이해 영광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작고한 남편인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고 그의 훌륭한 유산을 기렸다"고 적었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을 취임 전에 미국으로 찾아가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만났고, 이를 계기로 쌓은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밀월 관계를 구축했다.
이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트럼프 당선인과 취임 전 회동을 모색해왔다.
지난달에는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브라질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뒤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응해주지 않으면서 아직 회동은 성사되지 못한 상태다.
애초 트럼프 당선인 측은 원칙적으로 내년 1월 취임 이전에는 외국 정상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이시바 총리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베 아키에 여사와 면담, 기업 투자 등 일본 측의 '전방위 접근' 노력이 이어지면서 입장을 선회하는 분위기인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일 미국대사로 거론되는 조지 글래스 전 포르투갈 대사에 대해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며 "우리는 일본이 매우 중요하
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1천억달러(143조6천억원) 규모 대미 투자계획 발표를 위해 기획됐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기자들과 각종 이슈 관련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면서 사실상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 모양새가 됐다.
손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기자회견한 뒤 NHK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어제는 당선인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는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7시간 정도 친근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당선인에게는 앞으로 여러 회사로부터 많은 제안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에 재빠르게 행동하는 것으로 여러 비즈니스와 파트너십을 넓힐 수 있어 의사결정은 빠른 편이 좋다"고 말했다.
일본은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당선이 결정되기 훨씬 전부터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온 바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때인 지난 4월 23일(현지시간)에는 당시 집권 자민당 부총재를 맡고 있던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가 뉴욕 트럼프타워를 찾아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
아소 전 총리는 트럼프와 개인적 친분을 쌓은 아베가 총리로 재임 때 부총리를 역임하면서 정상회담에 배석했고, 두 정상의 골프 회동에도 동참했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안면이 있다.
이 회동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는 경우에 대비한 '보험 들기'라는 해석이 당시 일본 언론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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