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연구팀 "초대질량 블랙홀의 강한 중력 속 쌍성 생성 가능 첫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우리은하(Milky Way)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 A* 근처에서 생성된 지 270만년밖에 안 된 쌍성계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초대질량 블랙홀 근처에서 항성계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 발견이 극도로 강력한 중력을 가진 환경에서 별이 어떻게 생존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쾰른대 플로리안 페이스커 박사팀은 18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망원경(VLT) 관측 데이터를 분석,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를 공전하는 쌍성계(D9)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페이스커 박사는 "블랙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파괴적이지 않다"며 "두 별이 서로 공전하는 쌍성계는 우주에서 매우 흔하지만, 강력한 중력이 항성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초대질량 블랙홀 근처에서 발견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럽남방천문대(ESO) 초거대망원경(VLT)의 근적외선 관측 분광기(SINFONI)와 해상도 강화 영상장치 및 분광기(ERIS)로 수년간 궁수자리 A* 블랙홀과 주변을 관측한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 주위에는 블랙홀을 공전하는 별과 천체들이 밀집한 'S 성단'이 있으며, 이 성단에는 별처럼 거동하지만 가스와 먼지구름처럼 보이는 G 천체(G objects)라는 미지의 천체가 있다.
연구팀은 G 천체 관측 데이터에서 별의 속도가 반복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이는 분석 결과 두 개의 별이 서로 궤도를 돌면서 나타나는 쌍성계 현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D9으로 이름 붙여진 이 쌍성계를 이루는 별들은 만들어진 지 270만년밖에 안 된 것으로 추정되며 궁수자리 A* 블랙홀의 강한 중력으로 인해 앞으로 100만년 안에 하나로 합쳐질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팀은 D9 쌍성계 주변에 있는 가스와 먼지들은 이 쌍성계가 매우 젊은 항성계임을 시사한다며 이 쌍성계 발견은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이라는 가혹한 조건에서도 쌍성이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 결과는 궁수자리 A* 주변에 있는 신비한 G 천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며 G 천체는 아직 합쳐지지 않은 쌍성계와 이미 합쳐진 별들의 남은 물질들이 혼합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그러나 궁수자리 A* 궤도를 도는 천체들의 정확한 성질과 어떻게 초대질량 블랙홀 가까이에 형성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라며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 중인 주경 39m의 극대망원경(ELT) 등이 완성되면 상세 관측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Florian Peißker et al., 'A binary system in the S cluster close to the supermassive black hole Sagittarius A*', http://dx.doi.org/10.1038/s41467-024-547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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