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빅터차 "韓, 정치공백에 트럼프 대비 어려워…코리아 패싱 위험"

입력 2024-12-1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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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빅터차 "韓, 정치공백에 트럼프 대비 어려워…코리아 패싱 위험"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트럼프와 관계 구축 힘들어 매우 불리"
"관세·주한미군감축이 새 정책환경될 것…美의 패러다임 전환 대비해야"
"北美대화시 한국 역할 예전보다 작을 것…트럼프, 美北러 대화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한국에 대해 관세와 주한미군 감축 등의 압박이 예상되지만 한국은 계엄 및 탄핵사태에 따른 정치적 공백 때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고 미국 전문가가 관측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하면 관세와 우크라이나 외교, 어쩌면 북한과 중국 문제에서도 매우 빠르게 움직일 텐데 한국은 현재의 위기 때문에 온전히 선출된 행정부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정상 차원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조기에 관계를 쌓는 게 중요하지만, 지금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관세와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새로운 정책 환경"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이런 동맹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할 전략을 구상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분을 연일 자랑하고 있어 북미 정상외교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의 정치적 공백 때문에 미국이 한국과 협의하지 않고 이른바 '코리아 패싱'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봤다.
차 석좌는 "한국에 대통령이 있을 때도 트럼프가 동맹을 건너뛸 것이라는 우려가 늘 있었다"면서 "트럼프는 이미 김정은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역할이 1기 때보다 덜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대북 협상 여건이 트럼프 1기 때와 많이 달라졌다면서 "트럼프는 이 상황에 대한 답이 한미일 3자 협력이 아니라 미국, 러시아, 북한 간 3자 관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차 석좌와의 일문일답.



-- 이번 한국의 계엄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시각은.
▲ 한국 내에서 발생한 정치 분쟁이나 위기에서 어느 편을 드는 것은 미국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이 편을 드는 유일한 쪽은 민주주의다. 그것은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헌법에 부합하고, 개방적이며 투명하게 법에 의한 절차를 통해 이뤄지도록 한다는 의미인데 그게 한국 국민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과 함께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 꼭 탄핵 찬성론자들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어떤 정치적 갈등이든 평화롭게, 그리고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 이번 사태가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은.
▲ 윤 대통령 본인과 그의 대(對)일본 정책 같은 외교 정책 일부가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더 글로벌한 역할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봤다.
나는 한국이 내부 갈등 때문에 윤 대통령의 여러 외교 정책을 정치적으로 평가하고, 그런 정책이 한국이나 국제 질서를 위해 좋은지 더 넓은 맥락에서 바라보기보다 탄핵(소추)당한 대통령의 정책으로 여길까봐 걱정된다.
대일(對日) 정책과 한미일 3자 협력, 대만 해협의 안정과 남중국해의 항행의 자유와 관련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꽤 나아간 입장,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나토 정상회의 참석,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참여, 우크라이나지원이 그런 정책이다.한국이 막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하며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가 되는 시기에 이런 정책이 모두 사라질까 우려된다.
또 다른 우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에 한국에 적절한 절차에 따라 온전하게 선출된 대통령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하면 관세와 우크라이나 외교, 어쩌면 북한과 중국 문제에서도 매우 빠르게 움직일 텐데 한국은 현재의 위기 때문에 온전히 선출된 행정부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불리할 것이다.



-- 그런 불리함을 극복할 방법은.
▲ 세계 지도자 대부분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트럼프 1기 때 그랬듯이 트럼프와 개인적인 관계를 최대한 조기에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런 조기 만남이나 조기 정상회담을 요청해 성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자 정상회의가 있으면 그 계기에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런 회동은 반일이나 하루 종일 하는 정상회담과 달리 보통 매우 짧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모든 동맹과 협력국에 보편 관세를 선언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정상이 트럼프를 만나 개별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없다면 매우 불리하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기대는.
▲ 미국 정부가 한 권한대행을 분명히 환영한다고 생각한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에서 평판이 훌륭하다. 그는 엄청 정치적이지 않으며 진정한 기술관료(technocrat)로 평가받는다. 알다시피 그는 한국의 진보와 보수 정부 둘 다에서 일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을 사람으로 난 한덕수만한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겠다.



--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타임 인터뷰에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 개인적인 생각에 트럼프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김정은을 자기 친구로 여기기 때문에 김정은을 다시 만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신문 1면을 장식할 외교 행사를 좋아한다. 트럼프에게 김정은과의 회담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유혹적일 것이다.

-- 한국의 정치적 공백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거나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협의하지 않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보나.
▲ 물론이다. 한국에 대통령이 있을 때도 트럼프가 동맹을 건너뛸 것이라는 우려가 늘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그랬는데 한국에 대통령이 없으면 그 우려가 더 커질 것이다.
트럼프 1기 때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 간 중재, 대화, 중매 역할을 모두 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김정은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역할이 1기 때보다 덜 두드러질 수 있다.



-- 트럼프 당선인은 북한 업무도 관장하는 대통령 특사에 리처드 그리넬을, 트럼프 1기 대북 협상 경험이 있는 알렉스 웡을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지명했다.
▲ 트럼프는 그리넬을 매우 신뢰하기 때문에 지명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개의 다른 사태를 다루는 특사는 힘든 자리다. 사태 하나하나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네수엘라든 북한이든 그리넬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트럼프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될 것이다.
알렉스 웡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북 협상 경험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미국 정부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다. 매일 수백개의 현안이 그의 하루를 차지할 것이며 북한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그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에 있을 때만큼 북한에 시간을 투입하지 못할 것이다.

-- 북한의 상황이 트럼프 1기 때와 다르다.
▲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아마 가장 큰 차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주는 안보 보장, 식량, 연료, 그리고 어쩌면 군사 기술은 아마 모두 김정은이 중국에서 원했지만, 중국이 주지 않거나 소량으로 준 것이다.
이제 북한은 그 모든 것을 러시아에서 받고 있기 때문에 2018∼2019년과 비교하면 중국과 미국에서 받아야 할 필요가 줄었을 것이다.

--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는 북한과 어떤 합의를 할 수 있을까.
▲ 나는 그냥 트럼프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가 항상 하는 말 중 하나는 모든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어떻게든 관련된 모든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렇지만 한국전쟁에 해당할 수도 있고 그는 한국전쟁에서 어떤 종류의 평화 협정을 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트럼프는 북한이 평화 협정을 위해 얼마나 많은 값을 치르기를 바라는가(라는 점이다).
2018∼2019년과 다른 점은 북한이 러시아와 매우 깊은 관계라서 평화 협정을 위해 (북한이) 그렇게 큰 값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으며 비핵화나 그런 종류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특징은 모든 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자연스러운 대응은 미국, 일본, 한국 간 3자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상황에 대한 답이 한미일 3자가 아니라고 결정할 수도 있다. 그는 미국, 러시아, 북한 간 3자 관계가 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트럼프이기 때문에 우리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 그간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 핵위협에 대비한 확장억제를 강화해왔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 전망은.
▲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워싱턴선언을 계속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하지만 트럼프는 군사 훈련이 매우 비싸다고 생각해 돈을 쓰는 것을 싫어한다. 한미 간 확장억제 회의와 대화는 계속되겠지만 이를 훈련으로 뒷받침하지 않거나 트럼프가 한국이나 일본에 미국의 훈련 참여 비용을 내라고 요구할까 걱정된다.
그렇지만 위기에 빠진 한국 정부에 훈련 비용 부담은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난 확장억제 강화가 명목상으로는 이어지겠지만 (이에) 필요한 훈련이 빠질까 걱정된다.

-- 한국이 관세나 주한미군 감축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제시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 한국이 관세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동맹과 협력국과 관련해 정말 초점을 맞추는 지표는 상품 무역수지인데 한국은 미국과 510억달러 무역흑자가 있다. 난 트럼프가 반사적으로 어떻게 하든 그냥 관세를 부과하고 싶어 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트럼프가 첫 임기 때 하지 못했지만, 두 번째 임기 때는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을 줄이려고 하고 싶어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 한국의 정치 위기는 이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한국 정부는 두 가지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트럼프의 이런 정책 우선순위를 상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만약 관세와 주한미군 감축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새로운 정책 환경이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정부가 없으면 이런 종류의 패러다임 전환 논의와 대화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 이런 변화를 관리하거나 조정하고 전략을 구상할 정부가 (한국에) 없다.

-- 한반도 안보 상황이 악화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허용할 가능성은.
▲ 트럼프가 과거에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그 발언을 실제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한국에서 핵무장 목소리가 훨씬 커질 것이다.

-- 차 석좌는 한국이 주요 7개국(G7)에 추가로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계엄·탄핵 사태 때문에 힘들어졌다고 보나.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고, 주요 20개국(G20)과 브릭스(BRICS)도 답이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거버넌스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CSIS에서는 한국, 호주, 스페인, 네덜란드 같은 국가가 G7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우수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G7의 개혁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 국가가 G7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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