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장성 폭살로 주목 '또다른 KGB 후신' 우크라 보안국

입력 2024-12-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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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장성 폭살로 주목 '또다른 KGB 후신' 우크라 보안국
1991년 소련서 독립하면서 거대 조직 물려받아…FBI와 맞먹는 규모
방첩 능력 열악한 러시아 FSB 잇달아 굴욕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옛 소련 시절 악명이 높았던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으로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것은 러시아의 연방보안국(FSB)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역시 KGB의 방대한 조직, 인력, 네트워크 중 상당히 큰 부분을 물려받은 또다른 후신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러시아의 화생방전 방어 사령관 이고리 키릴로프 중장과 그의 부관을 폭살한 것도 우즈베키스탄인을 공작원으로 포섭한 SBU의 특수작전이었다.
소량의 폭약을 길가 전동 킥보드에 미리 설치해 두고 자동차에 와이파이로 연결된 비밀 카메라를 달아 상황을 기록하고 모니터한 후 정확한 순간을 노려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18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할 때 영토 내의 거대한 KGB 조직을 물려받으면서 조직을 축소하지 않고 유지했다.
현재 SBU 직원은 3만여명이며 여기 포함되지 않는 공작원들도 많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인구와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방대하다'고 할만한 규모다.
요원 3만5천명이 있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맞먹으며, 영국 정보기관 MI5의 7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4배가 넘는다.
우크라이나의 양대 정보기관으로는 원래 국내 업무를 주로 하던 SBU와 군부 소속인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GUR)이 있다.
SBU와 GUR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 분리주의 괴뢰정권을 세우자 러시아를 상대로 한 공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또 미국, G7(주요 7개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측과의 정보공유도 강화했다.
2014년 이래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온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도자들을 암살한 것도 SBU와 GUR의 공작으로 추정된다.

SBU는 러시아 내에도 상당한 규모의 조직을 갖고 공작원들을 포섭해 암살·파괴·침투·도청 작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실 말류크 SBU 국장은 FT에 "SBU의 핵심 임무 중 하나이며 전시에는 특히 중요한 것이 적의 특수작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내 작전에 관해 직접 언급은 사양했으나 "SBU의 입장은 명확하다. 침략자의 모든 범죄행위를 응징해야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BU 국장을 2차례 역임한 발렌틴 날리바이첸코 의원은 FT에 "(러시아의 군부와 정보당국 상층부에 관한) 방첩 정보와 데이터를 (SBU가) 많이 수집해뒀다"며, 세작을 심어두고, 적 영토 내에서 통신을 도청하고, 러시아 첩보망의 약점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FSB 등 러시아 당국은 SBU와 GUR의 공작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소속 안드레이 솔다토프 선임연구원은 FT에 "(러시아 정보기관) FSB는 이미 일어난 일을 조사하는 일은 매우 잘 하지만, 첩보를 수집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은 잘 하지 못한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능력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전 예측을 위해 첩보를 수집하려면) 정보 수집을 잘 해야 하는데, 이는 신뢰가 존재하고 정보 공유가 잘 돼야 한다는 뜻이다. 러시아 기관들에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쟁전문 기자 유리 코테노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을 응징할 아무런 방법이 없다며 "적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공작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은 상황이 어떤지 보여준다"고 자국 정보당국의 철저한 무능을 비판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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