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 신음하는 한국 산업…정부, '적극 대응'으로 선회하나

입력 2024-12-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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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공급과잉 신음하는 한국 산업…정부, '적극 대응'으로 선회하나
무역당국 "국내 산업에 심각 위협…반덤핑관세 적극 건의, 신속 조사"
철강·화학·이차전지 이미 영향 심각…韓 주력 자동차 안방시장 진출도 눈앞
기업들, 정부에 'SOS 신청' 급증…반덤핑 조사 신청 10년만 최대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동규 기자 =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세계 경제의 주요 불안 요인으로 떠오른 가운데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같은 전통 산업부터 이차전지 같은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주요 산업도 그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최근 철강·화학 등 업황이 크게 악화한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반덤핑 관세 부과 신청 등 'SOS 신호'를 보내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관세를 포함한 무역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내비쳐 향후 구체적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과거 우리 정부는 국가 간 무역 갈등이 증폭되면 수출 주도형 산업 국가인 우리나라에 유리하지 않다고 보고 직접적인 관여를 자제해왔다.
양병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은 19일 개최된 무역위 회의 결과 보도자료에서 "2025년 글로벌 공급 과잉은 국내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수입 물품의 저가 공세, 무역에 따른 지재권 침해 등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공정한 무역 질서 확립을 위해 앞으로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적극 건의하고,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나아가겠다" 밝혔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최근 석유화학, 철강 등 업계를 중심으로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에 신음하는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는 분위기에서 나왔다.

'공동 부유'를 내건 중국공산당의 여러 반시장적 경제 정책과 부동산 시장 급랭 등의 여파 속에서 중국 경제는 최근의 여러 대형 경기 부양책 발표에도 장기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국 내 수요 위축에 중국은 싼 가격에 밀어내기식 수출을 하고 있어 주요 수출 대상국 경제에 심각한 교란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 현상은 철강, 화학 등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신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선진국들은 수입 규제 강화로 맞대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히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가 중국발 저가 수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4대 석유화학 기업으로 꼽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3개 기업은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를 냈다. 그나마 흑자를 낸 금호석유화학 또한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익이 22.7%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빅4' 석유화학 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평균 70∼80% 수준에 머물렀다.
철강 업계도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국 철강 수입은 2020년 600만t에서 올해 1∼9월 900만t까지 증가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철강 부문에서 포스코 3분기 실적이 매출 9조4천790억원, 영업이익 4천380억원으로 각각 작년 3분기보다 2.0%, 39.8% 감소했다.

포스코 1선재공장 폐쇄, 현대제철 포항 2공장 폐쇄 등도 모두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 증가의 여파와 관련이 있다.
이차전지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지배력이 특히 높은 흑연 기반 음극재 분야의 타격이 크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차전지 음극재를 양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의 세종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최근 10%대까지 떨어졌다.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의 양대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로 도약한 BYD(비야디)의 한국 안방 시장 공략이 임박했다.
과거 한국 기업들, 특히 사업 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중국 사업에서 불이익을 겪을 것을 우려해 중국 경쟁 기업을 상대로 한 반덤핑 관세 신청 등 무역구제 조치 신청에 소극적인 측면이 강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영 환경이 급속이 악화하면서 정부에 무역구제 신청을 내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무역위원회에 접수된 반덤핑 조사 신청 건수는 10건으로 2014년(10건) 이래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올해 신청 사례 중에서는 특히 중국발 업황 부진에 신음하는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 신청이 각각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산업부는 "글로벌 공급 과잉, 보호 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 구제 제도 개선, 무역 구제 조치 효과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우회덤핑방지 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과 함께 업계 수요 파악 등을 토대로 제3국 우회 수출 대상 범위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가동하거나 중국을 여전히 중요한 시장으로 여기고 있어 자칫 중국 당국의 대응 조치를 유발할 수 있는 무역구제 신청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업황이 너무 어려워 반덤핑 대응을 하고자 하는 마음도 크지만 이는 중국 사업을 포기할 때나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근 정부에 무역구제 신청을 한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사업 비중이 작거나 거의 없는 기업들"이라고 전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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