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사이클론 '치도'로 큰 피해를 본 인도양의 프랑스령 마요트 섬을 방문했다가 주민들에게 야유를 들었다.
20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치도가 마요트를 강타한 지 닷새 후인 19일 수도 마무드주 수해 현장을 방문했다.
그를 본 주민들은 복구 작업이 더디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마크롱 사임하라", "헛소리한다", "물, 물, 물" 등을 외쳤다.
병원에서 한 여성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여기서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사람들이 물을 놓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엿새가 지나도록 이게 정상이냐"고 따져 물었고 "마요트가 (사회 혼란이 극심한) 아이티처럼 될까 두렵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아프리카 남동부 마다가스카르섬 옆에 있는 섬인 마요트는 프랑스 영토 중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인구의 4분의 3이 국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으며 프랑스의 재정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공식 집계된 인구는 32만명이지만 불법 이주민이 많아 실제로는 10만∼20만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내무부는 지난 14일 상륙한 사이클론 치도로 사망 31명, 부상 2천500명이 발생했다고 집계했지만 현지 당국자들은 사망자 수가 수백명 또는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다.
인구의 3분의 1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판자촌에 거주해 피해가 컸으나 이런 지역에 사는 미등록 거주자가 많고 수색·복구 작업도 더뎌 정확한 사망자 수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생존자도 약탈, 식수 부족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일까지로 마요트 방문 일정을 연장했다.
그는 19일 "주민들이 겪는 일을 고려해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다"며 "(당일 방문은) 주민들에게 우리는 와서 둘러보고는 가버린다는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