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해외 OTT 협업에 셈법 복잡해진 토종 OTT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지상파인 SBS와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가 최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특정 스트리밍 플랫폼의 독과점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일 넷플릭스와 SBS가 체결한 파트너십은 SBS 프로그램을 국내 넷플릭스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신작 드라마 중 일부를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넷플릭스는 더 많은 고품질의 한국 콘텐츠를 얻고 SBS는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꾀하면서 부족한 제작비를 넷플릭스로부터 확보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동안 한국 지상파들은 한국에서는 웨이브, 미국 등 글로벌에서는 지상파 3사가 출자해 만든 코코와를 통해 해외에 콘텐츠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넷플릭스 점유율이 높아지고 디즈니플러스와 애플 등에서 한국 콘텐츠를 선호하자, 지상파들의 전략적 고민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코코와가 아닌 방식으로 해외 스트리밍 시장에 대응해왔다.
2021년 11월 디즈니+의 한국 시장 진출 당시 SBS는 인기 예능 '런닝맨'의 스핀오프 '런닝맨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서비스했다.
MBC, KBS 등도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상당수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MBC는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나는 신이다', '피지컬100' 등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방송사들이 해외 OTT와 협력에 나서는 것은 스트리밍 플랫폼 측면에서 글로벌 열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만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코코와가 있지만 넷플릭스의 막대한 자금력에 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K콘텐츠 글로벌 점유율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SBS 등 지상파들은 콘텐츠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이른바 '무기상 전략'을 취하는 것이 맞는다는 분석이 많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24일 "스트리밍 전쟁이 벌어지는 만큼 높은 공급 가격을 쳐주는 곳으로, 또는 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스트리밍과 계약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에서 콘텐츠 독점 시장은 사라지고 있다. 대부분 콘텐츠 스튜디오는 특정 스트리밍 서비스에만 독점을 주지 않는다.
문제는 한국 토종 OTT들이다.
종합편성채널에 이어 지상파들이 넷플릭스 등과 연이어 손잡으면서 토종 OTT들의 생존 공식은 더욱 복잡해졌다.
생존을 위해서는 국내외 모두 넷플릭스가 가지지 못한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도 넷플릭스와 SBS의 협약으로 다소 김이 빠진 분위기이긴 하지만, 실제 통합이 이뤄진다면 이후에는 늘어난 몸집과 절약되는 마케팅 비용을 콘텐츠 수급과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국내외 OTT 사업자와의 콘텐츠 교류나 번들 상품을 만들고, 최근 점유율이 높아지는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FAST)에 대한 전략도 세워 'K콘텐츠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도 제기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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