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극우 성향 이민자의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하자 극우세력이 물 만난 듯 활개를 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MDR방송 등에 따르면 테러 이튿날인 21일 밤 독일 동부 괴를리츠에서 좌파당 지역 정치인 자마라 슈렝크를 포함한 일행 3명이 당 사무실로 가던 길에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구타당했다. 좌파당은 "네오나치의 좌파당 공격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테러가 발생한 마그데부르크 시내에서는 21일 저녁 극우 2천100여명이 이주민 추방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앞세우고 행진했다. 북부 항구도시 브레머하펜에서는 전날 틱톡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아랍인으로 보이는 이들을 흉기로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협박범이 체포됐다.
체포된 테러범 탈렙 알압둘모흐센(50)의 직접적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진 않았다. 용의자는 2006년 독일로 이주한 뒤 심리치료 전문의로 일하면서 사우디 여성들의 망명을 도우며 이슬람 반대운동을 했다. 당국은 자신이 독일에서 박해받는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의 이슬람 정책을 비판해온 점으로 미뤄 그를 이슬람 혐오주의자로 판단하고 있다.
용의자가 이민 정책에 반대하며 극우에 동조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극우정당은 애초에 용의자가 독일로 이주하지 않았다면 비극도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로 정부 이민정책을 비난했다.
독일 극우 진영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포용적 난민정책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독일대안당(AfD) 튀링겐주 대변인 슈테판 묄러는 "물론 주류 언론은 마그데부르크 살인범을 AfD 지지자로 묘사한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과 정당들이 그의 입국을 허용했는지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용의자가 이슬람 혐오주의자를 위장한 사우디 당국의 스파이라는 음모론도 나왔다. 그러나 사우디 당국은 용의자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극단주의적 주장과 관련해 독일 정보당국에 경고했으며 자국 송환까지 요청했다고 dpa통신 등이 전했다. 독일로 이주한 뒤 무신론자를 자처한 용의자는 사우디에서 소수파인 시아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AfD는 이번 사건이 독일 난민정책의 위험성을 드러냈다며 이날 저녁 마그데부르크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반면 녹색당 소속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장관은 극우 세력의 선동에 넘어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홀거 뮌히 연방수사국장은 ZDF방송에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한 범행이라고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정형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건이어서 차분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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