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서 순례·관광객 수천명 찾아…두손 모아 기도, 눈물 흘리기도
'희년의 정신' 용서·화해·희망의 메시지 가슴속에 새겨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입구에는 오후 5시부터 인파들이 몰려 긴 줄이 형성됐다.
25년 만에 돌아오는 성스러운 해, 희년의 개막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순례객과 관광객이 바티칸으로 몰려들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데만 최소 30분 이상이 걸렸지만 사람들은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대기 시간을 견뎌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저녁 7시17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두드리자 성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교황이 성문 개방 예식으로 2026년 1월 6일까지 이어지는 2025년 정기 희년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성문이 열리자 어떤 이들은 손을 모아 기도했고, 어떤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희년의 정신인 용서와 화해, 희망의 메시지를 가슴속에 새겼다.
대성전 종탑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며 성스러운 분위기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이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순례자는 먼발치에서 스크린을 통해 행사를 지켜봐야 했다.
앞을 가로막은 인파 탓에 휴대전화를 높이 들거나 화면을 확대해서 흐릿하게 보이는 성문의 모습을 응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느낀 감동은 거리, 위치와 무관한 듯했다.
튀르키예 주재원인 박용환(48)씨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희년 개막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성문이 열릴 때 성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며 "내년이 25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이라고 하니 더욱 뜻깊게 여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깝게는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기도했고, 국내 상황이 염려되는 게 많아서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온 토스튼(53)씨는 "줄을 서서 40분 이상 기다렸지만 희년 개막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이미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스콧(51)씨는 아내와 16개월 된 아들 맥스를 안고 희년 개막 행사를 지켜봤다.
그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과 용서를 상징하는 희년의 의미가 결합해 정말 강렬하게 다가왔다"며 "희년 개막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서 벅차다"고 말했다.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들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를 뜻하며, 정기 희년은 1300년 처음 시작돼 25년마다 돌아온다.
내년 희년 기간에 바티칸과 로마를 찾는 순례객은 3천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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