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증시전망] 美주식 보유액 1천억달러 시대…새해도 '국장 탈출' 대세?

입력 2024-12-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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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증시전망] 美주식 보유액 1천억달러 시대…새해도 '국장 탈출' 대세?
'전 세계 꼴찌' 한국 증시 수익률…주주가치 훼손에 실망감 누적도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증권가선 '서학개미 잡아라' 경쟁 격화
美주식 전문가 전망 엇갈려…"경기 긍정적" vs "역사상 가장 비싸"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2024년은 국내 투자자들의 '국장 탈출' 러시가 1년 내내 이어진 해였다.
주요국 증시 중 수익률 최하위권을 기록한 한국 시장에 투자자들은 등을 돌리고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주식 투자에 열중했다.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경쟁력 약화 우려와 수출 둔화세로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인 데다, 기업들의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잇따른 점도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미국 주식이 새해에도 활황을 유지할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끌어올릴 만한 획기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미국 주식으로의 '쏠림'은 지속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미국 주식 보관액 '1천억달러 시대'…간접 투자 상품도 쏠림 심화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이달 24일까지 미국 주식을 109억8천769만달러(약 15조2천586억원·연평균 환율 1,388.7원 기준)어치를 순매수 결제했다.
보관액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해 지난 24일 기준 1천175억9천650만달러(약 163조3천63억원)로 집계됐다. 연초 673억6천96만달러(약 93조5천469억원)와 비교하면 74.6%나 늘었으며, 보관액이 1천억달러를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순매수 결제 금액 기준으로 보면 올해는 미국 주식투자 붐이 처음 일었던 2021년(207억9천181만달러)보다는 적었지만, 거래량은 월등히 많았다.
올초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량(매수·매도 건수의 합)은 1천215만건으로 작년(1천24만건)보다 18.6% 늘었고, 거래대금(매수·매도금액의 합)은 4천997억7천184만달러로 작년 대비 82.9% 폭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5조2천25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6조6천3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양 시장 순매수액 총합은 1조4천억여원으로, 미국 주식 순매수액에 크게 못 미쳤다.
간접투자상품인 펀드에서도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간 격차는 벌어졌다.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10억원 이상·설정 후 1개월 이상 경과된 펀드를 대상으로 설정액 증감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 펀드는 설정액이 5조7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해외주식형 펀드는 그 2배가 넘는 11조2천15억원이 늘었다.
해외주식형을 권역별로 보면 북미 권역의 설정액 증가분이 10조926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흥국(-411억원), 유럽(-453억원),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1천257억원) 등 북미 외 지역의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는 오히려 설정액이 감소했다.
급격히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기초자산별 자금 유입도를 보면, 국내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는 연초 이후 3조5천16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데 비해 해외주식형 ETF 순유입액은 4배가 넘는 16조5천168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지난달엔 ETF 시장 개설 이래 20여년간 주식형 ETF 1위 자리를 지켜오던 'KODEX 200'이 'TIGER 미국S&P500'에 1위를 내주기도 했다. 'KODEX 200'과 'TIGER 미국S&P500'은 각각 한국과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 코스피200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 '동학개미'는 가고 '서학개미'만 남았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을 일컫는 '서학개미'라는 신조어는 2020∼2021년께 탄생했다. 코로나19로 코스피가 폭락한 이후 저점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을 필두로 '동학개미 운동'이 일어났고, 이에 빗대 테슬라,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주식 커뮤니티와 각종 미디어에 등장했다.
3년여 전과 현재의 차이는 국내 주식엔 투자하지 않고 미국 주식에'만' 투자하는 개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0∼2021년 1차 머니무브 때는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미국과 국내 거래대금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2024년 2차 머니무브 때는 미국증시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원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이었던 자금이 해외 주식 투자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 2차 머니무브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장'에 등 돌린 채 미국 주식에 열중하는 이유는 국내 증시 성과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부진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증시가 부진한 이유는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내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에 지나지 않을 만큼 경제 전망이 어둡고, 반도체 위기론 등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이차전지 업체들의 실적 악화 등이 겹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두산그룹 구조개편, 고려아연[010130]의 기습 유상 증자 등 최대주주가 지배력 확대를 위해 소수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은 점도 '국장 탈출'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말에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물론, 외국인 입장에서도 한국 시장은 '싸다는 것 말고는 살 이유가 없는' 시장으로 인식됐다.
반면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국가인 데다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견조함을 유지하고 있고, 우수한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와 세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율 덕분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시장으로 부상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 증가세는 원/달러 환율과 증권사 실적에도 영향을 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적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해외 주식투자가 증가하면 원화 환율 상승(원화 약세)에 뚜렷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9월 국내 증권사들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작년 동기 대비 69.5% 증가한 9천191억원으로 집계됐으며, 트럼프 당선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드'가 두드러졌던 4분기까지 더하면 1조3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주식 수탁수수료는 거래대금이 정체되면서 작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2조9천억원으로 조사됐다.
신 연구원은 "1∼9월 국내 주식 수수료 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 증가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부문 순수익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4조6천억원"이라며 "해외주식 위탁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 간 수익 격차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내년에도 美 증시 '나홀로 랠리' 계속될까…"고평가" vs "그래도 미국뿐"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에 대한 국내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은 분분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쏠림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지만, 이미 인공지능(AI) 생산성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나며 역사적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키움증권은 "내년 미국 S&P500이 새로운 레벨로 진입할 전망"이라며 올해의 고점이 내년의 진저점(락바텀·Rock Bottom)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논의됐던 미국 경제의 '소프트랜딩(연착륙) 대 하드랜딩(경착륙)'의 시나리오는 소프트랜딩 방향으로 굳어가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법인세 인하를 통한 기업수익 활성화, 안정된 물가, 지속되는 금리인하, 저소득층 고용 확대 등을 유도하는 트럼프 정책이 효과를 낼 경우 내년 미국 경기 전망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 중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 소프트랜딩 달성을 위한 노력이 자산시장의 성과를 지지할 전망"이라며 위험 선호 포트폴리오를 권유했다.
그는 "소프트랜딩과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 기업 실적 호조 등은 글로벌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조합"이라며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최초 금리 인하 이후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하면 글로벌 주식시장은 10∼15% 내외의 성과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반면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주식이 현재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각종 밸류에이션 지표로 측정할 때 역사상 1∼3위 안에 든다"며 "긴 호흡에서는 미국 주식시장의 고평가에 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미국 기업들의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전 세계 자금을 빨아들였지만, 현재는 펀더멘털 대비로도 비싸다는 설명이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주식시장 온도를 측정할 때 즐겨본다고 알려진 '버핏 지수'(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값), 풀린 돈의 양과 비교해 주식시장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보여주는 '통화량(M2) 대비 시가총액' 지표 모두 현 주가를 정당화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미국 증시의 상승 랠리가 꺾이는 것과 관계 없이 미국으로의 쏠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국 시장 자체의 매력도를 높이지 않는 이상 미국 주식 약세는 서학개미들에게는 새로운 저가매수의 기회일 뿐"이라고 말했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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