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앞두고 초유의 탄핵 정국…복합위기 직면 기업들 '안갯속'

입력 2024-12-2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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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앞두고 초유의 탄핵 정국…복합위기 직면 기업들 '안갯속'
경제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환율 급등에 '관세폭탄' 예고까지 겹악재
생존 위해 새로운 사업 돌파구 모색, 현금 확보 움직임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새해를 앞두고 초유의 탄핵 정국에 경제 혼란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이 내년이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가뜩이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어려운 상황에 불확실성이 한층 가중되면서 내년 경영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갯속'에 빠진 상황이다.

◇ "시뮬레이션 실행 어려워져"…삼성 美테일러 투자비용 수조원 늘수도
29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경기 침체와 트럼프 2기 출범이 맞물려 불확실성의 파고를 헤쳐 나가던 와중에 탄핵 정국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맞닥뜨렸다.
수요 부진 장기화와 관세 인상 우려 등에 이미 비상이 걸렸던 기업들은 불확실성 요소가 가중돼 내년 시나리오를 더욱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탄핵안 가결(14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안 가결(27일)까지 이어지면서 불확실성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이에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은 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경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내년 사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기업들은 탄핵 정국을 점차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가면서 상시로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탄핵 정국에 기업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이슈는 원/달러 환율 급등이다.
정국 불안 장기화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80원을 넘어서면서 기업 수익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1,400원 안팎을 기준으로 내년 사업 계획을 구상해온 기업들은 환율 상승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달러로 결제하는 수출 비중이 큰 기업에는 원/달러 상승이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으나, 강달러가 수출과 기업 실적에 호재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한국의 대표 수출 산업인 자동차의 경우 이제 해외 생산 비중이 절반을 넘어 강달러에 따른 수혜가 크지 않다. 게다가 환율 상승분 중 일부는 부품, 원자재 비용이나 현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상쇄된다.
최근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투자를 활발하게 하는 반도체, 배터리 등 업계는 강달러가 장기화하면 투자 비용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총 17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170억달러는 원/달러 환율 1천300원이 기준일 때 22조원이지만, 1천480원을 기준으로 잡으면 25조원이다. 한화 기준 비용이 3조원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또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 정유, 석유화학, 식품 등의 업계도 주로 달러로 결제하는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환율 변동성과 함께 관세 확대 우려도 큰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매기는 10∼20%의 보편적 관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를 확대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시국이 불안정한데 미국이 관세를 높인다는 움직임도 있어 내년 사업을 생각했던 시뮬레이션대로 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시기여서 많은 기업이 사업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입법 지연에 산업 동력 약화 우려도…생존법 모색
탄핵 정국에 반도체 특별법 등 산업 활성화를 지원할 경제 법안 처리가 미뤄져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기업 활동 동력이 더욱 약해질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첨단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도약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재계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탄핵 정국에 직면한 기업의 고충을 알리고 경제 살리기 입법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당시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장은 "여야 모두 민생 안정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초당적 협력을 통해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연내 통과를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내년 경영 환경이 점점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통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신세계그룹은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기로 했다. 두 그룹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함께 합작법인 울타리 안에 들어간다.
C커머스(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존을 담보할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현금 창출력이 좋은 알짜 사업이나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 SK㈜는 100% 자회사 SK스페셜티의 지분 85%를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지분 가치는 약 2조7천억원 규모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재무 건전성 제고에 투입하고,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급망 불안과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핵 정국이 찾아와 어려움이 크다"며 "기업들이 불확실성 최소화를 위해 사업 운영에 더욱 효율성을 도모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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