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등의 고급인력 이민옹호에 '反이민' 전통적 지지층 반발
"평범함 숭배해온 美문화가 문제" vs "빅테크가 마가에 침투"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반(反)이민' 기치를 내세우며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가운데 고급 인력에 대한 이민 정책을 놓고 트럼프 당선인 측 지지그룹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인 비벡 라마스와미가 고급인력 이민 필요성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미국 문화를 비판하자 이에 대한 반박이 나오는 등 고급 인력 이민 정책 공방이 '마가(MAGA·트럼프 당선인 선거구호이나 트럼프 지지층을 통칭하기도 함) 내 문화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도 27일(현지시간) 제기됐다.
DOGE 공동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라마스와미는 최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인도계인 스리람 크리슈난의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 내정을 비판하자 전날 이를 반박하면서 고급 인력 이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도계 출신인 라마스와미는 소셜미디어(SNS)에 "우리의 미국 문화는 탁월함보다는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숭배해 왔다"면서 미국의 전반적 문화를 미국 내 우수 인재 부족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같은 인도계 출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미국 노동자나 미국 문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경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가 가진 것을 원하는지 볼 수 있다"면서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미국 국민에 투자하고 미국 국민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비위 의혹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도 "우리는 그들에게 이민 정책을 설계해달라고 하지 않았다"면서 머스크 CEO와 라마스와미를 동시에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선거 유세 때 전용기를 함께 타면서 주목받았던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도 "빅테크가 마가에 침투했다. 이것은 여러분이 (앞으로) 어떻게 대우받을지를 보여준다"면서 "'대통령 머스크'가 진짜처럼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진영 내의 이런 공방은 기본적으로는 전문직 비자인 H-1B에 대한 것이지만 이면에는 성격이 다른 트럼프 지지 그룹 간 충돌이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2016년 대선 때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저학력 백인 노동자 그룹에 더해 신(新)실세로 불리는 머스크를 비롯해 빅테크의 지지를 받았다.
빅테크 기업들은 H-1B 확대를 원하고 있으나 전통적 마가 지지자들은 이런 조치가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이번 공방에 대해 "이번 싸움은 마가 운동이 백인 저학력 노동자 계층을 통해 힘을 얻었으나 이제는 대다수가 이민자인 억만장자 기술자, 기업가 등의 통제에 있다는 모순을 드러냈다"면서 미국의 문화에 대한 '마가 진영간 내전'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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