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송인성 디셈버 대표 "서민의 경제 권익에 금융 AI는 필수"

입력 2025-0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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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人] 송인성 디셈버 대표 "서민의 경제 권익에 금융 AI는 필수"
AI 퇴직연금 시범 허용 '고무적'…"소규모 자산 관리 위해 로봇 필요"
RA 낯설지만 이미 실전 수익률 '상위 5%'…모든 상품 취급이 목표
투자는 미래를 사는 것…친절한 개인화 관건이라 생성 AI '열공'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신년은 '돈 굴리는 기계'에 전환기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12월 말 첫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규제 한시 면제) 대상으로 시범 허용한다고 밝혔다.
RA는 금융투자에 특화한 AI(인공지능)이다. 일임은 '온전히 맡긴다'는 의미다. RA가 정해진 목표에 따라 투자 종목(포트폴리오)을 조정하고 매수·매도 시점 등을 정한다.
즉 AI가 스스로 굴리는 노후자금 서비스가 처음 상용화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은 작년 말 기준 국내 적립금 규모가 430조원 이상인 시장이다.
퇴직연금 일임 RA가 인간 전문가들과 경쟁을 벌이게 되며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금융산업에서 RA의 값어치를 재발견할 '테스트베드'가 열렸다. 대형 증권사와 자산 운용사가 잇달아 자사가 개발한 퇴직연금 RA를 출시한다.
디셈버앤컴퍼니는 이 각축장에서 사연이 남다르다.
AI를 다들 낯설게 여겼던 2015년 첫 자동 투자 서비스를 선보인 1세대 RA 전문업체이며, 지금은 가장 인지도가 높은 RA 플랫폼(기반 서비스) 중 하나인 '핀트'를 운영한다.
디셈버의 송인성 대표는 5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퇴직연금 RA 시장에 진출하는 소회에 관한 질문을 받자 "중장기 자산운용에 AI가 장점이 있다는 공감대가 있는데, 이 시장이 열리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샌드박스가 한시적 조처라 투자 한도 등 한계가 있지만 AI 투자가 더 대중화할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겸임하는 송 대표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금융 AI의 수익률이 낮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짧은 기간에 RA를 평가하면서 오해가 생긴다, 우리 자산배분형 상품은 3∼4년 수익률이 상위 5%이며, 긴 호흡으로 접하면 자연스럽게 검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금융 AI가 서민의 경제적 권익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고 했다. 작은 자산도 투자로 관리해야 하는 시대인데 오프라인 방식으로는 많은 대중에게 투자 자문이나 일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사는 일이며, 사람마다 사정이 달라 저비용 고효율의 개인화가 꼭 필요하다. AI는 이런 면에서 큰 힘이 된다"이라고 설명했다.
기계가 퇴직연금 등 자산을 '알아서 굴리는' 시대지만 송 대표는 100% 무인은 없다고 봤다.
AI 금융 서비스는 결국 기계와 인간의 대화이자 협업이라는 것이다. 자사 서비스에서 꼭 필요한 요소로 그는 사람의 심적 상태를 AI가 이해해 투자에 관한 격려를 해주고 경제 상황을 쉽게 설명해주는 기능을 꼽았다. 이를 구현하고자 챗GPT 등에서 쓰인 생성 AI(사람처럼 말하고 사고하는 AI) 기술을 많이 연구한다고 했다.
송 대표는 네이버[035420]와 엔씨소프트[036570]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2013년 디셈버의 설립 멤버가 됐고 2023년 8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온라인 사업에 대한 열망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금융이 이렇게 규제가 많은 산업이라는 걸 미처 몰랐다. 처음 가는 길을 개척한다는 면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웃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RA의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가 샌드박스 지정으로 올해 본격화하는데 소회는
▲ 중장기 자산운용에 기계가 확실히 장점이 있다는 공감대가 국내에 있는 만큼, 퇴직연금 시장이 열리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퇴직연금 자체가 매우 큰 시장이지만 AI 투자가 더 대중화할 계기로 본다.
-- 현재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와 관련해 개선점을 꼽자면
▲ 규제 샌드박스 단계라 한계는 있다. 연간 1인당 900만원, 즉 계좌당 900만원 한도로만 투자할 수 있다. 더 투자하고 싶어도 그 이상은 못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한도가 없다. 국내에서도 비대면일임허용을 통해 RA가 도입된 지 오래됐다. 이런 점을 감안해 관련 제약이 완화되고 한도가 확대됐으면 좋겠다.
-- 퇴직연금 다음으로 RA가 진출해야 할 영역은 어디라고 보나
▲ AI 투자는 결국 고객이 계좌에 돈을 넣고, 우리는 그 자산을 운용해주는 것이다. 어떤 상품 계좌든 다 AI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확대하려고 한다. 물론 규제의 난관은 존재한다.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단 오프라인의 규정을 온라인으로 급히 옮겨오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규제를 따르면서도 고객 편의성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많이 고민했다. 결과적으로는 차별화한 UI(조작체계)나 기술 역량 등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RA가 초기 도입 단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실망도 컸다. 사람보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 잘 대응을 못해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대한 견해는
▲ 특정 짧은 기간에 RA를 평가하다 보면 오해가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면을 보게 된다. 예컨대 우리가 보유한 자산 배분 알고리즘(전산 논리체계·RA의 두뇌에 해당하는 요소)은 국내 자산 배분형 공모 펀드와 비교했을 때 3∼4년 수익률이 상위 5% 안에 든다. 고객들이 이런 장점을 인정해 핀트에 더 많이 오는 것도 오해가 줄어든다는 방증이다. 우리 서비스도 시작한 지 5년 반이 지났다. 코로나 등 전례 없는 시장 변동과 위기 상황을 많이 겪었고 잘 헤쳐왔다고 자평한다. 긴 호흡으로 자연스럽게 검증이 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기술 개발 및 발전도 중요한 요소다. 이에 따라 RA가 시장 변동성에 대처하는 능력은 계속 향상될 것으로 본다.


-- RA는 다른 AI 서비스보다는 기술적으로 보수적이라고 들었다. '퀀트'(수학적 투자기법)에 기반한 고전적 알고리즘을 많이 적용하고 AI 업계에서 많이 논의되는 주요 최신 기술은 잘 안 쓴다는 반응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 딥러닝(인공신경망 기반의 기계학습) 방식을 놔두고 더 오래된 기술을 쓰는 경우가 있다. 데이터가 부족해 딥러닝이 어렵거나, 구형 기술이 특정 상황에서는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미국·한국 주식의 투자전략은 95% 이상 딥러닝 기반으로 개발됐다. 딥러닝도 새 알고리즘이 논문 등을 통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기술을 발전시키고 적용하는 단계다.
-- AI 투자 서비스가 인간보다 더 나은 점 한가지와 인간이 우위를 갖는 점 한가지를 각각 꼽자면
▲ 사람은 한 번에 보는 데이터양이 한정되어 있다. AI는 동시에 무한대에 가까운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AI에 차별점이 될 것 같다.
한편 사람은 직관적으로 투자 이유를 한두 문장으로 설명해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 AI는 반대로 데이터를 너무 많이 본데다 '블랙박스'(AI의 판단 과정과 사유를 규명하기 어려운 현상) 이슈가 있어 이런 설명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고객들이 설명을 들어도 이해를 잘 못할 수 있다. 이런 측면은 보완이 필요하다.
-- LLM(거대언어모델·언어에 특화한 생성AI) 기술은 쓰나
▲ 인간은 종목을 여러 데이터를 토대로 평가해 투자 판단을 내린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사람 머릿속의 '인사이트'다. 이런 인사이트를 LLM이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종목 평가를 LLM에 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관련 기술이 우리 알고리즘에 일부 적용이 되어 있다.
단 LLM만으로 투자 전략을 짜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른 딥러닝 알고리즘과 '앙상블'을 이뤄 최적 종목을 찾게 하자는 취지다.
-- LLM은 금융에서 쓰기에는 불안하다는 견해도 있다. 사실과 다른 답변을 갑작스럽게 내뱉는 환각(hallucination) 같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 답변을 잘 골라내 쓰는 기술이 필요하다. LLM과 다른 딥러닝 기법을 혼용해 결과를 뽑거나, 종전 데이터 기반의 전략을 갖고 LLM 분석을 재검증하는 등의 조처가 대표적인 예다.
-- 장기적으로 금융에서 LLM의 잠재력이 왜 크다고 보는가
▲ 딥러닝은 '인풋·아웃풋 박스'(입출력 상자)다. 입력값을 넣으면 AI가 어떻게든 판단해 결괏값을 낸다. LLM은 반면 이 박스를 벗어나는 범위까지 지식을 갖고 있다.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우린 투자전략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고객이 우리 투자전략을 계속 잘 활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고객이 프라이빗뱅커(PB)를 만날 때를 예로 들어보자. PB는 투자 관련된 설명을 제공하면서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이 상황은 조금만 더 견디자' 등 심리적 지지나 상황 판단에 관한 충고를 해준다. 이런 '심적 터치' 부분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한다. 사람의 의도나 심리 상태를 AI가 판단해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해야 한다. 이 영역에서 가장 희망을 보이는 기술이 LLM이다. 이처럼 고객과 소통하는 LLM은 연구 단계에 있다.
단 우리가 직접 LLM 자체를 개발할 수는 없다. 이미 공개된 LLM을 파인튜닝(미세조정)하거나 다른 데이터와 함께 결합하는 등의 작업을 한다.


-- 금융 AI가 더 활성화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 서비스적으로 보면 길이 명확하다. 금융투자는 아직 많은 부분이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다. 세상 모든 일이 온라인으로 바뀌었는데 금융은 반대다. 이젠 예·적금만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직접 종목 투자는 너무 위험하다. 간접투자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꼭 필요하다. 그럼, 온라인 전환을 해야 한다. 오프라인은 비용이 많이 들어 대중화가 어렵다.
예컨대 내가 증권사 WM(개인자산운용)센터에 갔는데 수중 자산이 얼마 없으면 도움을 받기 어렵다. 센터의 전문 인력은 시간당 비용이 있고 동시에 관리해줄 사람이 한계가 있다. 온라인에서는 기계가 수십만, 수백만 계좌를 관리할 수 있다. 대중의 경제적 권익을 위해서는 자동화 기반의 금융 AI가 필요하다.
-- 금융 AI의 최대 장점으로 개인화를 꼽는 이들이 많다. 어떻게 보는가
▲ 온라인도 업종별 특성이 다르다.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는 최저가를 보면 된다. 최저가가 일단 유리하다. 반면 투자는 현재의 일이 아닌 미래를 사는 것이다. 나중에 무엇이 더 많이 오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떤 투자를 하느냐는 개인 상황 따라 달라진다. 내가 내일 써야 할 돈이냐, 1년 있다 쓸 수 있는 자금이냐, 은퇴 종잣돈이냐 등에 따라 각각 다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비용 고효율의 개인화는 꼭 필요하다. 이때 AI가 큰 힘이 된다.
한편 '너 상황 알았으니 최고의 해결책을 줄게' 식 접근도 먹히지 않는다. 그렇게 일방적이면 고객이 만족을 얻을 수 없다. 고객의 선택권이 잘 유지되어야 한다. 적정 투자전략을 제공하더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더 사줘' '채권을 더 사줘' 등의 요구가 나온다. 그런 요구를 유연히 받아들여 건강하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UI(조작체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겠다.
▲ 이커머스 등 다른 온라인 서비스는 고객에게 상품을 어떻게 잘 나열하고 전달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핀트는 고객 개인이 보유한 자산이 현재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에 대해 상품을 제안할 때는 '뒤에 좀 숨겨 놓는 방식'으로 한다. 엄선된 정보, 고객이 혼란을 안 겪을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포인트다.


-- 오픈AI가 AI 수준을 5단계로 제시했다. 1단계가 대화 AI다. 이후 추론, 업무 수행 에이전트(agent), 혁신을 돕는 AI를 거쳐 마지막 5단계엔 조직을 경영하는 AI로 진화할 것이라 했다.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는가
▲ 최근 2∼3년 동안 AI의 발전이 정말 빨랐다. 공대 출신이다 보니 미국에서 AI 연구하는 친구가 많다. 얘기를 들으면 '그게 진짜 가능해?'란 말이 나오는 사례가 많다. 오픈 AI가 말하는 3단계, 4단계, 5단계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5단계 틀 안에서 보면 2단계(추론) 기술을 활용하는 단계다. 그런데 단계가 올라가도 100% 자율 경영 AI처럼 사람이 전혀 필요 없는 상황이 오진 않을 것이다. 우리도 3단계로 넘어가도 인간의 역할은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본다. AI와 인간의 협업 모델을 잘 만드는 게 이제 큰 숙제다.
-- 개인적으로 금융 AI 회사 창업을 할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나
▲ 온라인 사업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2002년 말 네이버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네이버 뉴스와 쇼핑 등을 만들었다. 그때는 한국의 온라인 사업이 막 크던 때였다. 네이버도 당시엔 지금의 10분의 1, 100분의 1도 안되는 이들이 썼지만, 이후 폭발적 성장을 했다. 손으로 서비스를 직접 만들며 그 과정을 경험했다. 이후 NC소프트로 옮겨 음악 서비스나 게임 관련 기능 등을 개발했다.
큰 조직에 머무르는 것보다 밖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하고 싶었다. 금융이 너무 오프라인 시장에 머물러 있어 이를 온라인으로 갖고 가면 좋겠다 싶었다. 네이버에서 봤던 온라인 변화를 금융시장에서 구현하려고 창업했다.
사실 그때는 금융이 이렇게 규제가 많은 분야인지 몰랐다(웃음) 의료·법률·금융이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는 게 다 이유가 있었다. 라이선스(사업권) 산업이라 규제나 고객 보호 조처가 많아서 애초 변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처음 이 길을 개척하는 주체로서 보람이 크다.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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