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고위관리 증언…WHO 총장 탑승대기실 300m 밖 '쾅쾅'
이 "후티 군사시설" vs 유엔 관계자 "경고없이 민간공항 공습"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최근 예멘의 사나 공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 당시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운 민간 여객기가 활주로에서 이동 중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스라엘군은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군사 기반 시설을 타격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자칫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공습 당시 공항에서 출국 준비를 하고 있었던 줄리엔 하네이스 유엔 예멘 인도주의 최고책임자는 "훨씬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공습 당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함께 VIP 대기실에서 유엔 전용기 탑승을 준비 중이었다.
하네이스 책임자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투하한 폭탄 중 2개가 VIP 대기실에서 300m 떨어진 지점에서 폭발했다.
하네이스 책임자는 "그것보다 훨씬 두려웠던 것은 민간 항공기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다행히 민간 항공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습 가능성에 대한 어떠한 사전 경고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엔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에는 유엔 전용기 승무원도 포함됐다.
공습 직후 유엔 대표단은 5대의 방탄차를 타고 대피했고, 부상자는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후티 반군이 민간 시설을 군사 목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폭격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습 당시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나 유엔 대표단이 공항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테러로 촉발된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에 대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강화하는 등 적대 행위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하네이스 책임자는 사나 공항은 민간 공항으로, 유엔 관계자들과 민간 항공편인 예메니아 항공만 운항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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