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딩기어, 기체 지탱하며 충격흡수 및 브레이크 역할
버드 스트라이크, 엔진 및 랜딩기어 자체에 손상…자동 작동 어렵게 해
생존 승무원 2명, 충격 약한 꼬리 부분에 앉은 것으로 알려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충돌 사고로 176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원인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현재까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랜딩기어 작동 이상이 가장 가능성이 큰 사고 이유로 지목되는 가운데 랜딩기어, 버드 스트라이크 등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항공 용어에 관심이 쏠린다.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계속되는 거론되는 이러한 용어들의 뜻과 예상 사고 원인 등을 전문가의 설명을 토대로 문답으로 정리했다.
-- 랜딩기어란 무엇인가.
▲ 랜딩기어(Landing Gear)는 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과 지상 이동에 필요한 모든 장치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랜딩기어는 크게 앞바퀴인 노즈 랜딩기어와 뒷바퀴인 메인 랜딩기어로 구분된다.
메인 렌딩기어 2개로, 앞쪽은 힘점, 뒤쪽은 받침점으로 기능한다.
랜딩기어는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지면과 접촉해 안정적으로 기체를 지탱하는 장치로, 착륙 시 충격 흡수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역할도 한다. 랜딩기어는 비행 시에는 기체 내부로 접혀 수납함 안에 보관된다.
랜딩기어는 비행 안전과 직결된 필수 장치로, 안전한 이착륙을 보장하는 한편 비상 착륙 시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유지보수와 정기 점검이 필수적이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에서는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는 무엇인가.
▲ 버드 스트라이크란 비행 중 조류, 즉 새와 충돌하는 사고를 말한다.
대부분 이륙 또는 착륙 과정에서 발생하고, 공항 주변에 서식하는 새들과의 충돌이 주요 원인이다.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시 새가 항공기 엔진 내부로 빨려 들어가면 엔진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엔진이 꺼지거나 폭발이 일어난다.
이번 사고에서 생존 승무원이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며 "(사고원인이)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버드 스트라이크로 날개와 창문, 조종장치가 손상돼 기장과 부기장의 조종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 조류 충돌이 어떻게 랜딩기어 미작동을 야기하나.
▲ 조류 충돌이 랜딩기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새가 엔진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다.
이번 사고에서 한쪽 엔진에서 하얀 연기가 났다는 목격담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 새가 엔진으로 들어가 블레이드 손상을 야기했고, 결국 엔진 이상을 야기했다는 추정이 제기됐다.
비행기에는 엔진 2개가 탑재되는데 보잉사의 항공기는 엔진들이 모두 고장 나면 APU(보조동력장치)가 작동되기 전까지 모든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 결과 유압펌프와 전기계통으로 작동하는 랜딩기어도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아도 조종사가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리는 것은 가능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것과 관련, 사고 항공기의 엔진 2개에서 모두 이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엔진 2개 고장으로 기장이 자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 수 없었고, 수동으로 내릴 시 30초가량이 필요한데 그럴만한 시간 여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새가 수납함에서 나오는 랜딩기어에 고속으로 부딪치며 손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특히 큰 새나 조류 무리가 비행경로에 있을 때 손상의 강도가 커진다.
-- 랜딩기어 손상 시 대처방안은.
▲ 랜딩기어 손상 시 조종사는 즉각적으로 관련 시스템을 점검하고,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비상착륙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먼저 랜딩기어를 자동으로 내릴 수 없을 경우 수동으로 기어를 내릴 수 있는 비상 시스템을 작동한다.
또 연료를 버리거나 비행기의 무게를 줄여 착륙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랜딩기어가 완전히 내려오지 않거나 고장 난 경우에는 이번 사고처럼 기체의 하부로 착륙하는 동체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아울러 착륙 여건이 극히 제한적일 경우 수면 위에 착수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 승무원 2명은 어떻게 목숨을 구했나.
▲ 이번 사고에서 생존한 승무원 2명은 착륙 시 비행기 후미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이 후미 부분이 밖으로 튕겨 나가면서 폭발 화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부분의 항공기 충돌은 기체의 앞부분이나 중앙 부분에 더 큰 충격이 집중된다. 또 폭발 사고는 연료탱크가 위치한 날개 부분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반면 비행기 후미인 꼬리 부분은 상대적으로 충격의 영향을 덜 받고, 폭발 지점에서도 다소 떨어져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에 따르면 사고 시 꼬리 부분에 앉은 승객의 생존율이 10∼1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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