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년간 대비, 영향 제한적" 강조…친러 헝가리·슬로바키아 반발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이용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31일(현지시간) 종료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체결한 우크라이나 우렌고이 가스관 5년 사용 계약이 이날 종료되면서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말 전쟁 발발 이후에도 이 계약을 유지했으나 이번엔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막판 돌발변수가 없다면 이날 자정부터 가스관 운용이 중단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EU 회원국과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dpa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운송 중단에 대처할 준비가 됐으며 이 시나리오에 대비해 1년 이상 회원국들과 협력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운송 종료가 EU 에너지 공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친러시아 성향 회원국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지난 29일 집행위에 "러시아산 가스를 차단한다는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암묵적 수용은 잘못이고 비이성적이다. 긴장을 고조하고 상응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러시아와 우호적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가스 계약이 체결되면 그때부터 '헝가리 소유'가 되므로 러시아산이 아닌 '헝가리산'으로 표기해 운송하자는 묘책을 내기도 했으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쟁자금줄을 유지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가스요금이 당장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부 요인에 취약한 가스 시장 특성상 다른 국가들도 간접 영향을 받아 결과적으로는 EU가 에너지 요금을 내리기 위해 개입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가스관 중단 여파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원자재시장 분석업체 ICIS의 아우라 사바두스 연구원은 폴리티코에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의 가스 비축량은 현재 각각 67%, 76%, 69%로 (당장은) 괜찮을 것"이라며 "수요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날씨 예보도 계절 평균 범위 안"이라고 말했다.
또 헝가리, 슬로바키아의 반발이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기업들이 값싼 러시아산 가스 확보를 통해 수익을 내려는 사업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반발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끊길 체코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얀 리파브스키 체코 외무장관은 지난 22일 피초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오히려 강력히 비판하면서 "대량 학살범(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굽신거리지 않아도 되도록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에서 독립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에너지가 현실적 문제인만큼 이를 둘러싼 EU 내분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댄 요르겐센 EU 신임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이르면 내년 초 러시아 의존도를 더 줄이는 계획을 회원국에 제안할 것으로 보이지만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가스 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EU 정상으로는 이례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기도 한 피초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사실상의 '보복 조치'도 예고하고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유럽 에너지 공급에 대한 러시아의 장악력이 예전보다는 약해졌지만 이번 '가스 분쟁'은 러시아가 여전히 EU에 경제·정치적 손해를 줄 만한 능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설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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