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막으려 세운 말뚝 치운 틈에…美트럭돌진 피해 커졌다

입력 2025-01-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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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막으려 세운 말뚝 치운 틈에…美트럭돌진 피해 커졌다
차량테러 확산에 몇년 전 설치…2월 슈퍼볼 앞두고 '불량 말뚝' 교체 작업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새해 첫날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트럭돌진 사건 당시 현장에 차량 진입을 막는 구조물인 볼라드(길말뚝)가 교체를 위해 일시적으로 제거된 상태였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토야 캔트렐 뉴올리언스 시장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시 당국이 사건이 발생한 뉴올리언스 번화가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 버번 스트리트(Bourbon Street)의 오래된 볼라드들을 새것으로 교체하기 위해 제거해 둔 상태였다고 밝혔다.
캔트렐 시장에 따르면 뉴올리언스시는 오는 2월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 행사 개최를 앞두고 볼라드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당국은 새 볼라드가 설치되기 전까지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해당 위치에 경찰차와 교통 표지판 등을 설치했지만, 이는 이날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모인 인파 속으로 돌진한 트럭을 막지 못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NBC에 원래 버번 스트리트 입구를 막고 있던 금속 구조물이 새해 전야에는 사라진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그것들이 없었기 때문에 차가 오지 않는지 계속 뒤를 돌아봐야 했다"고 말했다.
NBC에 따르면 버번 스트리트에 설치돼 있던 볼라드는 2016년 프랑스 니스에서 80명 넘게 숨진 트럭 테러 이후 유사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수년 전에 설치한 것이다.
볼라드는 자동차가 인도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도와 인도의 경계면에 세워 두는 말뚝 형태의 구조물로, 금속이나 콘크리트, 목재 등의 소재로 만들어진다.
2010년대 중반부터 세계 각지에서 인파 속으로 차량을 몰고 돌진하는 방식의 테러 공격이 속출하자 이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7월 서울에서 발생한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에서도 현장에 차량 진입을 막을 수 있는 경계석이나 볼라드의 부재가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했다.
WP는 볼라드가 차량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는 게 테러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다만 헬레나 모레노 뉴올리언스 시의회 의장은 볼라드가 있었다고 해서 이번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범인은 버번 스트리트의 군중에게 고통과 죽음, 해를 입힐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새해 첫날 벌어진 비극에 각국 정상들의 애도 물결도 이어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뉴올리언스에서 벌어진 충격적일 정도로 폭력적인 공격은 끔찍하다"면서 애도 메시지를 보냈으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도 이번 공격을 규탄하며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다.
이날 공격으로 현재까지 최소 15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범인은 텍사스 출신의 42세 미 퇴역 군인으로,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범인의 차량에서는 폭발물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깃발이 발견됐으며 수사당국은 사건이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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