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경제에 도움이 되는 호재는 잘 활용하면 되고, 손실을 끼치는 악재는 미리 인지할 수만 있다면 대비책을 세우면 되는데 불확실성은 방향과 여파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당국은 정책을 만들기 어렵고 기업은 투자를, 가계는 소비를 하기 어렵게 된다. 더구나 그 불확실성이 짧게라도 끝나면 다행이지만 종결을 예상할 수 없이 장기화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지수가 작년 12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에 따르면 작년 12월의 경제불확실성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 EPU Index)는 523.99로 치솟았다. 이는 센터가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약 1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12월 지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반영한 11월 지수(246.41)의 2배를 넘는 수준으로 급격히 치솟았다. 직전 최고치는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가 터졌던 2019년 8월(299.87)이었는데 그때도 지수가 300을 넘진 않았다. 이 지수는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뉴스 기사의 텍스트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것으로, 매월 지수가 산출·제공된다.
한국은행이 실험적 통계로 산출하는 뉴스심리지수도 작년 12월 86.53을 기록, 11월의 100.62보다 14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12월 지수는 2022년 12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2022년부터 공표해온 뉴스심리지수는 경제 분야 언론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를 지수로 만든 것이다. 기사에서 표본 문장을 추출한 뒤 각 문장에 있는 긍정, 부정, 중립의 감성을 기계학습으로 분류하고, 긍정과 부정 문장 수의 차이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만든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경제 심리가 과거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들 지수 외에도 경제의 불안한 상황을 보여주는 수치들은 찾기 어렵지 않다. 작년 말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요동치는 금융시장의 원/달러 환율이나 코스피는 그 자체로 불안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비상계엄에서 탄핵소추로 이어진 정치적 불안 요소가 아니더라도 내수 부진과 구조개혁 미진, 성장동력 부재 등으로 이미 우리 경제의 성장 전망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수출도 작년까진 선방했지만 올해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은행과 정책당국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정치와 별개로 경제는 견조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치적 해결 없이 해외 시각이 돌아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에서 보듯이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사태의 해결 능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확산하고 불안감은 증폭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과 해외에서 보는 시각의 불안감이 진정되지 않으면 한국의 대외신인도는 국가신용등급의 강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금융회사나 기업들의 해외차입 비용이 늘고 투자자금의 이탈도 확대될 것이다. 이 와중에도 '금융위기 가능성'을 위협하며 정략에 이용하는 정치권이 위기를 막을 역량과 능력이 있을까.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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