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값 급등세…슬로바키아 등 우크라에 배상 요구
"친러 오르반, 트럼프 만나 우크라 겨냥 외교공세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경유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유럽 내 가스가격이 급등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자 서방의 대러전선에 생긴 균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연간 53억 파운드(약 9조7천억원)짜리 파이프라인을 차단했지만, 이는 (유럽) 대륙에 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달 1일부터 자국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이용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을 차단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체결한 가스관 사용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서다.
이러한 조처는 3년째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의 전쟁자금 확보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내 일부 국가 역시 직격탄을 맞은 데다, 유럽 전체로 볼 때도 중동이나 미국에서 더 비싼 가격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면서 가뜩이나 휘청이던 경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유럽 에너지 시장에선 2월물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2일 장중 한때 ㎿h(메가와트시)당 51유로(약 7만7천원)까지 오르는 등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의 천연가스시장 전문가 잭 샤펄즈는 "시장에선 막판까지 가면 (러시아산 가스 공급)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각국의 에너지 비축량이 충분한 까닭에 즉각적으로 공급위기가 초래되지는 않을 상황이지만, 우크라이나가 유럽 국가들의 입장을 고려해 가스프롬과 가스관 사용 계약을 갱신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끝까지 타협하지 않았고, 이제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가는 경로는 튀르키예를 경유하는 가스관만이 남게 됐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국가들로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몰도바가 꼽힌다. 친러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몰도바 내 미승인국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산업 시설 가동이 거의 완전히 멈추면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우크라이나에도 국제정치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내다봤다.
특히 헝가리와 함께 친러시아 성향을 보여온 슬로바키아의 경우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의 종점으로서 주변국에 이를 재판매해 상당한 이익을 거둬왔다는 점에서 더욱 반발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2일 우크라이나에 배상을 요구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력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역시 친러 성향으로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좌절시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제공을 무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온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 역시 외교 공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 소속 러시아 전문가 존 로크는 "오르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관계가 있다. 나는 그의 의제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인들이 얼마나 나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것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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