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양극화…대기업 생산 2015년 이래 '최고'·中企는 '최악'

입력 2025-01-0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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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양극화…대기업 생산 2015년 이래 '최고'·中企는 '최악'
1∼11월 중기 제조업 생산 내수 탓 2년째↓…'수출 호황' 대기업 5.2% 늘어
대·중기 근로자 소득 격차로 이어져…'낙수효과' 회의론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지난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황으로 대기업 제조업 생산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기록을 세운 반면 중소기업은 내수 부진 여파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국내 정치 불안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고환율 기조 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대기업·중소기업 간 온도 차는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고환율·내수 부진, 올해 중소기업 더 옥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11월 대기업의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한 114.8(2020년=100)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최대치다.
세부 업종별로는 주로 반도체와 자동차에서 생산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대기업 제조업 생산은 2023년 말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개선 흐름이 뚜렷해졌다. 반도체 제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상당수가 대기업이다.
작년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43.9%나 늘면서 역대 최고(1천419억달러) 기록을 세웠고 이에 힘입어 전체 수출도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자동차 수출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작년 1∼11월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전년보다 0.9% 줄어든 98.1에 그쳤다. 역시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2023년(-1.3%)에 이어 2년째 감소세다. 대기업 호황과 달리 중소 제조업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세부 업종별로는 중국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줄어든 화학제품과 의복 분야에서 특히 업황이 좋지 않았다.
의복은 작년 부진했던 대표적인 내수 업종이다. 작년 3분기 가구의 평균 의류·신발 지출(11만4천원)은 전년 동기보다 1.6% 줄면서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소(3.9%)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이 중소기업 제조업 불황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천69개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경영 애로사항(복수 응답)으로 내수 부진이 가장 많이(64.6%) 꼽히기도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올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국내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상대적으로 외풍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화 전망이 나오는 고환율 기조는 원자재 가격을 올려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을 더 옥죌 수 있는 요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작년 9월 발표한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환차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내부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환 헤지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근로자 소득 격차로 이어져…커지는 '낙수효과' 회의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 격차는 근로자 간 소득 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전체 임금에서 성과급 등 특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0인 미만 사업체보다 더 크다. 작년 실적을 토대로 대기업의 성과급만 늘면 역대급 불황을 겪은 중소기업 근로자와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환율과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영업이익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대기업·중소기업 근로자 간 소득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 격차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 것으로 확인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낙수효과'에 회의론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낙수효과는 자산 감세와 대기업 중심의 지원 정책 등이 고소득층 소비와 대기업 투자를 늘려 경제 전반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상속세·금융투자소득세 인하와 대기업 중심의 투자세액공제 등을 확대 추진해왔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네덜란드 경제학자 잉그리드 로베인스는 최근 발간한 책 '부의 제한선'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발표한 다수 보고서를 소개하며 낙수효과는 실체가 없음이 이미 증명됐음에도 반복해 등장하는 '좀비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부자들의 세금을 낮추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반박됐지만 정치에서 계속 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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