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대통령, 트럼프에 반기…"이민자 쫓아내면 미군 추방"

입력 2025-01-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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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대통령, 트럼프에 반기…"이민자 쫓아내면 미군 추방"
트럼프 '본국 송환' 으름장에 정면 반발…중미 최대 미군기지 폐쇄 경고
미국내 불법체류 온두라스인 50만명…본국 경제 25% 차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중남미에서는 처음으로 온두라스 대통령이 '미군 맞추방'을 거론하며 반기를 꺼내들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을 실행한다면, 자국 내 미군 주둔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우리 형제들에 대한 대규모 추방이라는 적대적 태도에 직면한다면 미국과의 협력 정책, 특히 군사 분야에서 변경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수십년간 한푼도 지불하지 않고 유지해온 미군 기지는 이런 상황에선 온두라스에 존재할 이유를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은 이후 인터뷰에서 온두라스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미국과 체결한 협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80년대 온두라스 정부 승인 아래 소토 카노 공군기지를 건설, 중미에서 가장 큰 미군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군과 민간인력 약 1천명이 주둔하고 있다.
본래 이 지역 공산주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재 마약 단속과 인도적 지원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카스트로 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자 수백만 명을 본국으로 송환할 것이라고 공언한 이후, 중남미 지도자 중에선 처음으로 직접 반발한 사례다. 이와 관련 중남미 외교부 장관들은 이달 말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남미 정부들은 미국으로 간 이민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에 의존하고 있다.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불법 체류 중인 온두라스인은 약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온두라스 인구의 5% 수준이다.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외화는 온두라스 경제의 25%를 차지한다.

NYT는 카스트로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온두라스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온두라스의 최대 교역국이자 주요 인도적 지원국이다.
이와 관련 윌 프리먼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그 과감함에 다소 놀랐다"며 특히 카스트로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에 이런 경고를 보냈다는 것 역시 놀랍다고 말했다.
프리먼 연구원은 카스트로 대통령이 최근 공개적으로 미국에 대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미 대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확보하려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카스트로 정부의 온두라스가 '제2의 베네수엘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권위주의 체제의 베네수엘라는 대량 이주 사태를 겪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은 카스트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라틴아메리카 파트너들과 협력해 국경 안전을 보장하고 불법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불법 이민자들을 신속히 추방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아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중남미 여러 국가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국민 보호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멕시코는 자국민이 구금 위기에 처했을 때 영사관에 연락할 수 있는 온라인 앱을 개발했다. 온두라스는 이동식 영사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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