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사장 "적절하게 심사받을 권리 있어…소송도 중요한 선택지"
日언론 "부당한 정치 개입" 비판…中관영매체는 美비판 통해 '미일 동맹 갈라치기'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제철이 공들여 추진해 온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 시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불허 결정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일본제철은 물론 일본 정부와 언론도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 문제가 일본이 중시하는 미일 동맹 강화 방침의 '암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테레비(닛테레)에 따르면 이마이 다다시 일본제철 사장은 6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인수 불허 결정에 따른 미국 정부 상대 소송에 대해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로 염두에 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그렇게 시간을 들이지 않고 (대책) 공표를 포함해 행동에 옮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마이 사장은 "당사는 적절하게 심사받을 권리가 있다. 지금까지 심사 경위와 미국 정부의 판단은 매우 적절하게 심사된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당사로서도 이대로는 (인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대응에 대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인수 불허 명령의 절차적 정당성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할 방침이지만, 결론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승소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제철 간부가 "내일(7일)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에 대해 "국가 안보와 매우 중요한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한다"며 30일 이내에 인수 계획을 포기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두 회사에 명령했다.
2023년 조강 생산량 순위에서 일본제철은 세계 4위, US스틸은 24위였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인수해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대선 등을 고려해 인수를 강력히 반대한 노조 입장에 따라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견해가 나온다.
일본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항해 함께 공급망 강화를 추진했던 동맹국 기업의 인수 시도를 막은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고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알려진 직후 "이해하기 어렵고 유감"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집권 자민당 기하라 세이지 선거대책위원장도 전날 "매우 유감스럽다"며 "경제안보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이번 인수는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철강 대량생산과 세계적 (시장) 지배에 직면해 있다. 일본과 미국이 협력해야만 할 분야"라며 "앞으로도 (일본) 정부는 말해야 할 것은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도 바이든 대통령 결정에 대해 "미일 관계에 화근을 남길 것", "부당한 정치 개입"이라며 강한 논조로 비판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여당 간부, 언론이 한목소리로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 상황으로 평가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인수 승인을 요청하는 등 민관 총력전을 벌였음에도 인수가 성사되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전날 논평에서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고려가 경제 논리를 능가하고 국가안보 개념을 일반화해 보호주의를 행한 또 하나의 사례"라며 동맹국도 미국의 포위·사냥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대표 관영매체가 이번 사안에서 일본 편을 든 것은 세계 각국을 상대로 강경한 무역 공세를 예고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동맹국들을 '우군'으로 포섭하려는 중국 외교의 '갈라치기' 전략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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