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에 기고…NYT "트럼프, 의회폭동 '사랑의 날'로 둔갑시켜" 비판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임지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4년 전 의회난입 사태가 미국 민주주의에 가했던 위협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의회난입 사태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르고 승리한 날"로 기억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폭도들이 의회 의사당을 공격하고 선출직 공무원의 생명을 위협했으며 용감한 경찰관들을 공격했다"고 회고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러한 공격을 견뎌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며, 올해에는 이러한 부끄러운 공격을 보지 않게 된 것에 기뻐해야 한다"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시 사태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그날의 역사를 다시 쓰거나 심지어 지우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들이 당시 일을 일종의 '당파적 집착'이나 '단지 통제에서 벗어난 시위' 정도로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존중하고 미국에서 오래 존중해 온 전통을 재건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이번 대선 결과는 4년 전과 달리 평화롭게 의회 인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6일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대선 결과를 최종 확인할 예정이다. 미국 대선의 마지막 절차로, 2021년 1월 6일 의회난입 사태가 발생한 지 꼭 4년만이다.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트럼프 당선인과 대결을 벌였다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교롭게도 당연직 상원의장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최종적으로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이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1·6 폭동 사태를 '사랑의 날'로 둔갑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NYT는 이날 톱기사로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의 전모와 그 후 상황을 상세히 되짚으면서 트럼프 당선인 측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지난 4년간 음모론을 퍼뜨리고 '순교 이야기'를 엮어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1·6 사태를 '사랑의 날'로 묘사하며 관련자 사면을 시사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6 의회 폭동으로 지금까지 약 1천572명이 기소됐으며 이 중 실형을 선고받은 645명을 포함해 1천200명 이상에게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일부 피고인에 대해서는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도 기소됐으나 재판이 계속 미뤄졌으며 작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후 미국 법무부가 기소 철회 방침을 밝혔다.
이달 20일 취임 예정인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의회 폭동 가담자들을 사면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의회 폭동 가담자들을 사면하겠다는 트럼프의 방침에 대해 민주당 측과 사태 당시 현장 대응을 했던 경찰 관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의회 폭동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 의원은 최근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폭력행위를 계속하도록 사람들을 부추겼다"며 "의회 폭동은 당일에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의회 경비대에서 근무하다가 폭도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고 퇴직한 전직 경찰관 아퀼리노 고넬은 5일자 NYT에 기고문을 싣고 트럼프의 폭동 가담자 사면 방침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약속한 (사면) 조치는 우리가 모든 것을 걸었던 정의를 지워버릴 수 있다"며 사면 조치로 약 800명에 이르는 범죄자가 거리를 활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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