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르고 유럽·중국·일본 등 유지…한국만 하락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을 갖추지 않은 다음에야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상해 정확하게 맞히기는 불가능하다. 정치 혼란과 경기 부진으로 사회가 워낙 불안정하니 앞날을 내다보는 무속인이나 철학관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점괘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덕담이라도 들으면 마음의 위안이라도 삼겠지만 암울한 경제전망은 차라리 틀렸으면 싶기도 하다.
해외의 금융회사나 투자은행(IB)들이 내다보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취합한 8개 해외 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말 현재 평균 1.7%로 한 달 전인 11월 말 평균 1.8%에서 0.1%포인트(p) 내렸다. 이들 8개사의 평균치는 작년 9월 말 2.1%에서 10월 말 2.0%, 11월 말 1.8% 등으로 3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8개사 중 그나마 UBS(1.9%)나 바클레이즈(1.8%),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1.8%)는 1%대 후반이라도 유지했지만, JP모건은 한 달 전 1.7%에서 1.3%까지 낮춰잡았다.
해외 IB의 전망치는 한국은행의 올 성장률 전망치 1.9%는 물론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2.0%), 국제통화기금(IMF·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등 주요 기관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외 주요국들의 올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한 달 전보다 상승했거나 변동 없이 유지된 가운데 한국은 하락했다.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2%로 한 달 전보다 0.2%p 올랐다. 유로존(0.9%)과 중국(4.3%), 일본(1.2%)도 성장 전망은 부진하지만 한 달 전의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주요 기관이나 연구소들의 전망치는 매년 정확도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돼왔고 어떤 요인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예상할 수 없었던 돌발 사건이나 사고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이런 경제전망은 현재까지의 시점에서 예측 가능한 일들만을 고려하고 계산한 것 정도로 참고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기관이나 연구소들이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는 대내외 여건들을 반영해 전망치를 정기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것은 최근 발표되는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률 전망뿐 아니라 올해는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 기조로 수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생산과 소비·투자가 감소할 전망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극도로 보수적인 사업 전망을 세우고 희망퇴직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 대비해 각국이 생존전략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 우리는 돌발변수인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소비도 더욱 얼어붙을 조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주장처럼 정치와 별개로 경제는 돌아가도록 만드는게 급선무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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