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서 기자 간담회…볼리, 5∼6월 중 한국·미국 출시 예상
"AI·로봇·메디텍·공조, M&A 시도"…"이재용 '기술' 발언 무겁게 받아들여"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7일(현지시간) 로봇 사업에 대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테슬라 등 경쟁사에 비해) 아직 시작 단계지만 새로 나온 기술을 유연하게 접목하면 우리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세상에 없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이 AI를 만나면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로봇 분야에 대해 그다지 빠르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도 투자해서 기술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CES 2025' 기조연설을 언급하며 "휴머노이드 계획이 빨라질 것 같다"며 "우리도 휴머노이드까지 같이 간다"고 말했다.
앞서 황 CEO는 전날 기조연설에서 "로봇의 챗GPT '모멘트'(변곡점)가 오고 있다"며 로봇·자율주행용 AI 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한 부회장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의 상반기 출시 계획도 깜짝 발표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우선 한국과 미국에서 올해 5∼6월 중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가격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중국 TCL 등이 볼리와 비슷한 AI 로봇을 들고나온 데 대해 "볼리 2, 3세대가 더 진화해 빠른 속도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앞서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합병(M&A)과 미래성장동력에 대해서는 지금도 계속 투자하고 있고, M&A를 찾고 성사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M&A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서로 사고팔고 했지만 이제 어떤 기술은 국가가 개입된 경우가 있어서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특히 우리가 하는 AI와 로봇, 메디텍, 공조 쪽은 꾸준히 M&A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많은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지식 그래프' 기술을 보유한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와 초음파 AI 의료기기 스타트업 소니오를 인수했고, 미국 DNA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는 지분 투자를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한 부회장 직속의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회사가 정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만족하는 게 품질"이라며 "한 사업부만이 아니라 전체가 모였을 때 한단계 높은 품질을 관리하자는 의미에서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이 회장의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번째도 두번째도 세번째도 기술"과 같은 기존 발언을 언급하며 "(기술 관련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게 제품으로 반영돼 나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대체불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 화두를 던졌는데 그 제품이 아마 올 하반기부터 시작해 내년도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 부회장은 "이 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말해서 사업부별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선보일지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선대회장이 '여러분이 하는 사업이 10년 뒤에도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고 말한 것을 경영진은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올해도 많은 도전이 예상되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인재와 기술 확보, 새로운 성장을 위한 투자도 빠르고 과감하게 추진해 주력 사업의 초격차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4분기 잠정 실적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생각하는 기대치보다 낮게 나온 것은 맞고, 한발짝 뛸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는 전영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으며 올해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시작한 구독 사업과 관련, "이번 달부터 시작하는 제품이 있기 때문에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앞으로) 휴대폰도 (구독을) 하고 볼리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관세 부담을 묻자 "공장을 꽤 많이 갖고 있어서 그쪽으로 대응하려고 한다"며 "글로벌 공급망이 잘 돼 있기 때문에 거기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혁신시켜서 빠르게 하면 큰 무리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모두를 위한 AI'를 내건 삼성전자는 AI 컨트롤 타워를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으로 둔 데 이어 연구소와 각 사업부의 AI 전담 조직을 신설해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이번 CES에서 제시한 '홈 AI'에 대한 거래선의 반응이 좋다면서 "홈 AI가 삼성전자의 회복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말 인사에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원진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마케팅도 앞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브랜드를 통해 고객에게 한 약속을 제품 경험으로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