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은행장 등에 측근 인사…임미애 의원 "인사권 남용 지속적 문제제기"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국회에서 농협중앙회장의 계열사 인사 개입 여부가 논란이 된 가운데 농협 금융 계열사들도 '강호동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게 "작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인사권 남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와 관련, 농협 금융 계열사에서도 강 회장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여럿 발탁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이사회는 최근 김병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신임 의장으로 선출했다.
김 변호사는 2016~2018년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내면서 당시 함께 이사회 멤버였던 강 회장과 친분을 쌓았고, 강 회장 취임 후엔 농협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새로 취임한 강태영 농협은행장도 경남 출신이라는 지연을 고리로 밀접한 관계를 이어와서 강 회장 '라인'으로 분류된다. 강 회장이 합천, 강 행장은 진주 출신이다.
반면, 농협손해보험, NH저축은행, NH선물은 비교적 실적이 양호했는데도 대표들이 임기 1년여를 남겨둔 채로 교체됐다.
통상 농협 금융 계열사 대표들은 중앙회장이 도중에 바뀌더라도 정해진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이례적 인사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금융권 관계자는 전했다.
강 회장의 '보은 인사' 논란은 지난해 3월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 여영현 농협 상호금융 대표 등이 선임된 이후부터 제기됐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수년이 지난 'OB'들이 선거 지원 등의 개인적인 인연을 발판 삼아 깜짝 부활했다는 점에서였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직선제로 치러진 농협중앙회 제25대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날 임미애 의원도 "새로 임명된 주요 임원을 살펴보면 과거 각 부문장이나 본부장으로 퇴임한 사람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회장의 무분별한 인사 단행이 농협 임직원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관심 가지고 한번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농협의 전직 임원은 "중앙회장이 계열사 대표 인사에 관여했다면 농업협동조합법에서 정한 회장의 직무를 벗어난 행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현 정권 '실세'로 통하던 이석준 전 농협금융 회장이 지난해 말 임기 만료로 퇴진하고 차기 회장이 아직 내정 단계로, 금융지주 리더십이 공백인 상태에서 인사가 난 점도 논란을 키운 요인으로 보인다.
강 회장과 이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NH투자증권 사장 선임을 놓고 충돌했다.
그동안 농협금융에선 대체로 기획재정부 출신 '모피아'가 회장을 맡아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이찬우 내정자까지 7명 중 5명이 관료였고 내부 출신은 2명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농협의 특수한 지배구조를 정조준했지만, 1년 가까이 지나도록 별다른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모양새다.
강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일반 기업에서 스카우트해서 쓰는 경우도 많다"며 "투명하게 공정하게 인사가 진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 대표 선임 배경을 두고 "고객 중심과 고객 신뢰 기반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지속 성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를 추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hanj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