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임시주총 표대결서 '안 지면' 이긴다"(종합)

입력 2025-01-0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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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임시주총 표대결서 '안 지면' 이긴다"(종합)
"영풍·MBK 연합과 어느 쪽이 부분적 승리하든 공존 상태로 가야"
"니켈 프로세싱 사업서 중국과 일대일 경쟁해도 이겨…1∼2년 안 가시적 열매"
"2030년까지 동 15만t 생산 목표…'도시광산' 이그니오, 올해부터 확실한 수익"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이슬기 기자 = 영풍·MBK 파트너스(이하 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010130] 최윤범 회장은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영풍·MBK 연합과의 표 대결과 관련, "제 입장에선 '안 지면 이긴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스윙보터인 주주들이 허락하는 기간 회사를 경영할 기회가 다시 한번 주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회사로 만드는 데 올인하고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직전 사모펀드인 MBK가 참전하면서 고려아연 최씨 일가와 영풍 장씨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은 수조원대 '쩐의 전쟁'으로 격화했다.
조단위 지분율 경쟁으로도 결론을 내지 못한 양측은 오는 23일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로 정면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임시주총 승리를 자신하면서 고려아연의 그간 경영 성과에 대해 "백조가 우아하게 떠 있는 듯하지만, 물밑으로는 발을 마구 젓고 있는 것처럼 고려아연도 꾸준히 투자하고 바뀌면서 존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신사업 비전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4∼5년 됐지만 이제 많은 씨앗이 뿌려졌다. 1∼2년만 기다리시면 충분히 가시적인 열매가 맺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 임시주총 안건인 집중투표제가 승리 전략이 될 수 있을까.
▲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한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당연히 (소액주주들도)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더 확실히 이기려면 집중투표제 없이 이기는 게 좋다. 영풍·MBK 연합에서 한 분도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좋든 싫든 영풍·MBK 연합 측도 주주인데 언젠가는 '회사를 위해 함께 노력해보자'는 컨센서스를 이뤄야 한다면 집중투표제가 나쁘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 상법상 '3% 룰'이 적용되면 집중투표제 통과에 고려아연이 유리한가.
▲ 그건 아니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해야 하고, 이후 특별결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관 변경 투표에는 '3% 룰'이 적용되지만 정관 변경 이후에는 해당 룰이 적용되지 않아서 공정한 경쟁이 펼쳐진다.
-- 영풍·MBK 측은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 현재 이사가 13명인데 여기에 (영풍·MBK 측이 요구한) 14명을 더하면 27명이다. 27명이 이사회를 이뤄서 회사가 잘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영풍·MBK도 상당수 주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부분적으로 승리하든 어느 정도 공존 상태로 가야 할 것이다. 이사회 이사 수 제한이 안 되면 정기주총 이후 (이사 수가) 40명, 60명이 되어버린다. (이런 문제를) 인지하시고 이사 수 제한에 동의해주셨으면 좋겠다.

-- 영풍·MBK 측 지분율을 고려하면 임시주총 이후에도 경영상 부담이 되지 않을까.
▲ MBK 측의 원래 계획대로 이사회를 장악해서 고려아연을 누구에게 팔아버리거나 장기적인 비전을 희생해 단기적 수익을 내는 방법을 못 찾는다면 게임이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상대측의 비판을 받으며 경영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뚫고 나가야 하는 게 숙제다.
--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 수사 이첩과 기소가 된 것은 다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영풍·MBK 건도 다 같이 이첩됐다. 이번 주에 글래스루이스와 ISS 등의 의견이 나오고 조만간 국민연금도 결정할 것이다. 상대측은 여러 가지 흑색선전을 해서 판세를 뒤집어보려는 것 같다.
-- 유상증자 결정을 후회하나.
▲ 합법적으로 결정했지만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돌이켜 보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후회한다. 유증 결정을 한 의도는 아직도 현존하는 유동성 문제 등이었다. 다른 방법으로 유동성 문제를 풀어가야 했다. 시장의 반응을 먼저 봐야 했는데 상황이 너무 안 좋아진 것이 (나중에) 확인돼서 철회했다. 결정의 무게 등을 고려했을 때 공시하고 보도자료만 내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괴로웠지만 직접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순간은.
▲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끝났던 10월 14일이다. 제 예상을 뒤집고 영풍·MBK가 5% 이상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숫자였다. 그날 주가가 올라서 82만원까지 갔다가 오후 1시 15분에 NH투자증권 등 몇 개 창구에서 집중적으로 10만주 이상의 주식이 시장가 매도로 쏟아져나왔다.
이건 무조건 팔겠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 상황에서 누가, 왜 10만주가 넘는 금액을 시장가 매도로 팔아야 했을까? 이해가 안 돼서 진정을 넣었다. 결과적으로 갑자기 주가가 76만∼77만원으로 떨어지면서 회복을 못 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10월 14일에 영풍·MBK가 5% 이상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을 거다.

-- 미래 성장 비전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나.
▲ 주주들이 결정할 때는 '결국엔 회사를 누가 더 잘 경영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전기는 쌀, 수소나 그린암모니아는 떡·케이크에 비유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잘 개발해 쌀(전기)을 싸게 생산하는 데 집중하면, 그 쌀을 가지고 떡과 케이크를 잘 만들 수 있다. 좋은 쌀을 만들 능력이 있으면 좋은 떡방앗간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세계적으로 미중 무역전쟁 속에 니켈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게 필요하다. 니켈 프로세싱 사업에서 고려아연이 중국과 일대일로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 '올인원 니켈 제련소'는 2026년 초 완공돼 생산을 시작할 것이다. 이 제련소는 전세계적으로 최초이자 비슷한 공장이 없는 모델이다. 씨를 뿌렸으니 1∼2년 안에 가시적인 열매가 맺어질 것이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변하지 않는 것들을 확인하고, 그걸 토대로 사업을 키워왔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신사업 성장동력 플랜이다. 태양광 발전을 하다보면 쓰레기로 나오는 태양광 패널들에서 유가금속을 채취할 수 있다. 우리가 구축한 고물상 트레이드 네트워크로 전기차 폐배터리를 수급할 기회도 충분히 있다. 폐배터리를 통해 많은 종류의 니켈 원료를 제련할 공장을 짓고 있다.고려아연이 다른 제련소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은 리사이클링 때문이다. 가장 극명한 예가 '동'이다. 우리는 동을 생산할 때 광산에서 동을 사오지 않는다. 모두 쓰레기나 전자폐기물, 스크랩에서 갖고 와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2030년까지 동 생산 목표를 15만t으로 잡고 '도시광산'의 원료를 구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 진출해 이그니오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동 15만t을 생산하려면 거의 100만t의 쓰레기가 필요하다. 이그니오는 올해부터 굉장히 확실하게 수익이 날 거라고 생각한다.
wi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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