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협 대응 실행 단계로 옮겨야"…제품 리더십·비용 캐치업·사업 차별화
2030년까지 구독·웹OS 매출 10조원 목표…"B2B 비중 확대로 '상고하저' 극복"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8일(현지시간)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는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하는 것이고 자금 유입은 부가적인 것"이라며 "인도에서 정말 사랑받는 국민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 CEO는 이날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도 인도에서 냉장고, 세탁기, TV 등 모든 제품이 1등을 하고 있지만 여기서 끝을 내고 싶진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인도법인 상장예비심사청구서(DRHP)를 제출하고 상장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DRHP 심사에 3개월가량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해 LG전자의 인도증시 상장이 오는 4∼5월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 CEO는 "인도가 1인당 소득은 낮지만 엄청난 인재를 가지고 있어 인도의 인재를 확보하고 싶고, 앞으로 많은 공장도 지을 것"이라며 "현지 완결형 사업을 하고 확대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에서 더 큰 잠재력을 현실화시킬 것"이라며 "상장이 되면 큰 발표가 따라서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 업체와 경쟁 패러다임이 가격에서 기술 경쟁으로 고도화되는 가운데 조 CEO는 "그동안 중국의 위협에 대해 인식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실제 대응을 위한 실행 단계로 옮겨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 TCL과 하이센스 등의 부스를 둘러봤다는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은 "트럼프 1기 때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관세 때문에 거의 장벽으로 막혀 있었는데 최근에는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TCL의 미국향 히트콤보 세탁기 등을 예로 들었다.
류 본부장은 "중국 업체를 심층 분석해 원가경쟁력 강화 방안 등 벤치마킹 포인트도 많이 찾아냈다"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보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CEO는 "중국이 내수가 어렵고 미국과의 분쟁을 통해 큰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우면 가격 경쟁력을 더 강하게 갖출 수 있는 위안화 절하 등을 무기로 가지고 나올 수 있다"며 제품 리더십 우위 유지, 비용 캐치업, 사업 모델·방식 차별화 등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이를 위해 CEO 주관 점검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기로 했다. 각 사업본부와 본사 조직이 ▲ 제품·기술 ▲ 제조원가 ▲ R&D·운영 등의 영역에서 리더십 확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CEO가 분과별 진척 상황을 직접 챙기는 형태다.
아울러 지난해 2조원에 육박했던 구독 사업의 매출은 오는 2030년까지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키우고, 웹(web)OS 등 플랫폼 기반 사업의 매출 규모는 현재(1조원)의 5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구독과 웹OS 사업으로 2030년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뒤늦게 가전 구독 사업에 뛰어든 것에 대해 조 CEO는 "그 안에서 경쟁해야 하지만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장점으로는 4천∼5천명 규모의 케어 매니저를 꼽았다.
조 CEO는 "구독 사업의 핵심은 할부가 아니라 케어"라며 "케어 매니저의 역량, 네트워크, 오래된 경험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럼프 2기 출범을 비롯해 지경학적 위협이 현실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전히 다양한 기회가 시장과 고객에 존재한다"며 "여우에게 쫓길 때마다 열어보는 복주머니처럼 생산지 조정 등의 시나리오를 다 준비해 놨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G전자는 내·외부 전문가와 협력해 직면한 이슈별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최적의 대응책을 찾는 '플레이북(Playbook)'을 준비, 외부 환경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새로운 기회 발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과 경쟁환경을 경영활동의 상수(常數)로 두고 실행 전략을 정교화하는 데 주력하며 사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질적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취지다.
전략적 우선순위를 고려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 효율도 극대화한다. LG전자는 포트폴리오 전환과 질적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5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전날 발표한 4분기 잠정실적에 대해서는 "좋은 숫자를 못 보여서 죄송하다"면서도 "다만 펀더멘털이 무너져서 그런 것은 아니고 물류비와 마케팅 등 일회성 비용, 비경상적 비용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숙제 중 하나가 '상고하저'"라면서 "기업간거래(B2B) 비중이 올라가면 하반기에도 균등한 이익이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 전체 매출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을 45%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말에는 35% 수준이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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