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맞서는 미국 노동자들…"트럼프·머스크 '화약고' 가능성"

입력 2025-01-09 15:24   수정 2025-01-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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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 맞서는 미국 노동자들…"트럼프·머스크 '화약고' 가능성"
머스크, 로봇 기술 지지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 더 고용해야"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에서 로봇을 이용한 산업 현장 자동화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이 문제를 두고 이견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미국 일자리를 위협하는 로봇을 둘러싼 싸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로봇을 둘러싼 전쟁이 새 행정부 내에서 '화약고'(flashpoint)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에 낙점되며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봇 기술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테슬라 공장에서는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항만 자동화 등에 반대하는 노조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12일 미국 항만 노조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 회장과 만난 뒤 SNS에 올린 글에서 "(항만 자동화로) 절약되는 돈은 그것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초래하는 고통, 상처,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항만 자동화 등에 사용되는 기계류에 대해 "비싸고 계속 교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어떤 이득도 없다"면서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특권을 위해 외국 기업들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대신 미국 노동자를 더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LA는 지난해 파업 당시에도 항만 자동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2022년 노조가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항만의 부분 자동화로 2020∼2021년 1천200명에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연맹(AFL-CIO)에 따르면 조합원 1천200만명 가운데 70%가량이 기술 발전으로 대체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노동자는 "기계는 사측에 좋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면서 "동시에 실업률은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운송·카지노 등 다양한 업종의 노조들이 자동화로 인한 실직 노동자 보상 등을 계약 조건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 노사 간 협상이 임금, 근로 조건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 대한 '실존적인'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근 구인난과 임금 상승, 향후 이민 제한 가능성 및 경제활동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로봇 도입 유인이 커지는 상황이다.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피치북 자료에 따르면 로보틱스 분야에 대한 미국 벤처자금 투자 규모는 2019년 20억 달러(약 2조9천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5억 달러(약 5조1천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미국 투자자들이 2019년 이래 로봇 스타트업에 쏟아부은 돈은 150억 달러(약 21조8천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1∼9월 로봇 분야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은 130건을 넘겨 2019년 전체분을 넘어섰다.
일례로 로봇 업체 '피겨 AI'는 지난해 2월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6억7천500만 달러(약 9천836억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업체는 물건을 옮길 수 있는 로봇의 판매 가격을 3만∼15만 달러(약 4천만∼2억1천만원) 정도로 예상하는데 실제 도입 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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