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CEO, '물리적 AI 시대' 언급…삼성 "휴머노이드 계획 빨라져"
'가사용 휴머노이드' 준비하는 LG전자…"R&D 열심히 준비 중"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로봇 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궁극적인 사업 방향이라는데 뜻을 같이했다. 이를 위한 연구 개발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점도 강조하고 나섰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CES 2025' 기조연설을 언급하며 "휴머노이드 계획이 빨라질 것 같다"며 "우리도 휴머노이드까지 같이 간다"고 밝혔다.
앞서 6일 14개 휴머노이드 로봇과 연단에 선 황 CEO는 "로봇공학의 챗GPT 순간이 오고 있다"며 로봇 개발용 플랫폼 '코스모스'를 출시 소식을 알렸다.
그의 발언은 오픈AI가 지난 2022년 말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AI 시장에 핵폭탄 같은 파급력을 미친 것처럼 물리적 AI 시대도 곧 다가올 것이라는 뜻이다.
한 부회장은 "로봇이 AI를 만나면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테슬라 등 경쟁사에 비해) 아직 시작 단계지만 새로 나온 기술을 유연하게 접목하면 우리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로봇 분야에 대해 그다지 빠르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도 투자해서 기술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한 부회장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자사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응용처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제조, 물류 등 업무 자동화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이미 큰 시장 잠재력을 보고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오는 203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38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 역시 이번 CES에서 휴머노이드 사업 계획을 밝혔다. 우선적으로는 '가사 해방'에 방향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8일(현지시간) CES 202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은 로봇 사업을 F&B(식음료), 로지스틱(물류) 쪽에 집중하고 있지만 홈(집) 영역에서도 뭔가 준비를 하고 있다"며 "가사 로봇, 가사 휴머노이드 등의 컨셉을 가지고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김병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엔비디아 코스모스 등) 새롭게 등장하는 소프트웨어 툴 플랫폼 등이 잘 준비되면서, 필요로 한다면 LG전자가 가사용 휴머노이드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구개발(R&D) 관점에서 휴머노이드를 포함해 (기술을) 상당히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꾸준히 로봇 사업을 위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천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자해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
조 CEO는 "로봇 사업은 서튼 퓨처(확실한 미래)다"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으로 베어로보틱스를 투자했고, 상황을 봐서 추가 지분 투자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휴머노이드 외 가정용 AI 로봇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CES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의 상반기 출시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우선 한국과 미국에서 올해 5∼6월 중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가격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동형 AI홈 허브 'Q9'의 제품과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오는 2∼3월에 개발자에게 공개한다.
류 본부장은 "전문가 피드백을 받고 사업성을 확인하면서 버전업을 시켜 하반기에 의미 있는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단순히 이동형 AI홈 허브 수준이 아니라 현재 구상하는 AI 홈 서비스와 연계해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묶어서 상품화하려고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류 본부장은 이어 "고객의 지불 가치를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며 "천정부지로 가격이 높으면 사업이 될 수 없어서 성공적인 사업이 되기 위한 가격이 어떻게 될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burn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