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머스크를 어려운 입지로 내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미국의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오르면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새 행정부 내 역할과 중국과의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의장을 맡을 예정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CATL과 텐센트 등을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올렸다. 중국 정부의 민군 융합 전략에 따라 첨단 기술과 전문성을 활용해 중국군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명단에 올랐다고 해서 당장 제재나 수출 통제 등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기업 평판에 타격을 줄 수 있고 거래하는 미국 기업에는 위험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된다"며 "(미국)재무부에 해당 기업을 제재하라는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CATL은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CATL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전기차는 유럽 등에 수출된다.
현재 테슬라는 CATL 기술로 미국 네바다주에서 메가팩(ESS)을 생산하기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논의 중이며 거래가 올해 시작될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또한 CATL이 테슬라 상하이 메가팩 공장에 배터리 셀과 팩을 공급할 예정이며 메가팩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CATL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미국 포드 자동차도 미시간 공장에서 CATL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기술을 이용해 저가형 리튬철 배터리를 생산하는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국 내 CATL의 ESS 생산 공장들을 두고 잠재적 안보 위협을 제기해왔다.
씨티에 따르면 CATL에 미국 시장은 전기차 4%,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35%를 각각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세스 골드스타인은 테슬라에 단기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CATL이) 국방 관련 계약에서 제외되면 CATL과의 파트너십을 고려하는 모든 사람이 이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월 미국 전력회사 듀크 에너지가 의원들의 압력 아래 미 해병대 최대 기지에서 CATL이 생산한 ESS를 폐기하고 자사의 다른 공장에서도 CATL의 ESS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CATL을 명단에 올린 법적 근거는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인데 미 의회는 이 법 시행 이후 제정한 2024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서 연방 기구가 명단에 오른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조항을 뒀다.
골드스타인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와 중국 정부 간 관계의 중요성 때문에 테슬라가 CATL과 파트너십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관계를 뒤집는 것은 미국 내 여하한 정치적 파급 효과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클턴 선임 연구원은 "배터리 분야에서 CATL의 역할은 통신 분야에서 화웨이의 역할을 반영한다"며 "이는 국가 안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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