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사, 광물 가격 하락에 수익성 악화
미국·유럽 불확실성 확대…기술 혁신·가격 경쟁력 사활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국내 배터리 소재기업들이 줄줄이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부진에 광물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각 기업은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으로 불확실성을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 줄줄이 적자난…광물가 하락에 수익성 '뚝'
12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3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연간 매출 2조8천618억원, 영업손실 38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1, 2분기 총 100억원 규모의 흑자를 거둔 뒤 3분기 4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4분기에도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그치면서 연간 적자가 예상된다.
엘앤에프는 1∼3분기 누적 3천649억원의 적자를 내며 2023년 연간 영업손실 2천20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포스코퓨처엠은 1분기 영업이익 379억원에서 2분기 27억원, 3분기 14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4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실적 한파는 캐즘에 따른 수요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배터리 생산에 핵심으로 쓰이는 니켈 가격은 t당 1만5천달러 전후에서 출렁이고 있다.
니켈 가격은 작년 12월 19일 1만4천965달러를 기록하며 2020년 10월 이후 약 4년2개월 만에 1만5천달러를 밑돌았다. 이어 올해 1월 3일에는 1만4천770달러로 주저앉았다.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 가격은 지난 9일 기준 ㎏당 72.0위안을 기록했다.
리튬은 2021년 전기차 바람이 불면서 수요가 급증해 2022년 11월 581.5위안까지 가격이 치솟았으나, 이후 캐즘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하락세다.
◇ 불확실성 대응해야…"생존법은 가격과 기술"
올해 전기차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 기업의 주력 시장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 친환경 정책이 변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 광물 가격 변동성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추이를 보면 광물 가격은 2024년 이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며 "가격 요인 측면만 놓고 보자면 올해 업황 또는 기업 실적이 작년처럼 전년 대비 기준으로 크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기업은 불황에 맞서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 확보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엘앤에프는 2026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용 양극재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가격 경쟁력이 강점인 LFP 배터리는 국내 기업이 뒤늦게 진입해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를 기술 혁신과 조직 역량 강화의 원년으로 삼고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고객 기반 다변화로 시장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에코프로는 광물 가격 안정화를 위해 광물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에 중국 GEM과 손잡고 제련, 전구체, 양극재로 이어지는 통합 생산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는 지난 2일 에코프로 시무식에서 "우리의 생존법은 가격은 확 낮추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뿐"이라며 "경쟁사 대비 가격은 낮고 기술력은 높은 기업만이 미국에, 유럽에 진출할 수 있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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