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무역변화가 보여준다…한중 산업, 상호보완서 경합으로

입력 2025-01-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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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무역변화가 보여준다…한중 산업, 상호보완서 경합으로
대중 수출 상위서 차부품·컴퓨터·철강 '아웃'…쪼그라든 디스플레이
한 중간재·중 최종 제품 분업도 '옛말'…배터리 소재·차부품 등 중간재 '역수입'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최근 10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 상위권에 있던 디스플레이, 컴퓨터, 자동차 부품, 철강판, 석유제품 등 중간재 수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에서 배터리 소재, 배터리, 자동차 부품 같은 주요 중간재 수입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첨단에서 범용에 이르는 여러 제조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가격 경쟁력이 급상승함에 따라 한중 간 강력한 상호 보완적 분업 구조는 약화하고 상호 경합 요인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10년새 뒤바뀐 한중 무역 지형도…사라진 옛 '수출 효자'
1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대중 수출액 상위 10위(이하 MTI 3단위 기준) 상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부품, 합성수지, 석유화학 중간 원료, 석유제품, 컴퓨터, 기초유분, 철강판이었다.
2024년(이하 1∼11월 기준)에는 이 중 자동차 부품, 컴퓨터, 철강판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 디스플레이는 2위에서 5위로, 석유제품은 7위에서 9위로 각각 순위가 하락했다.
이런 변화는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중국의 제조업 육성 정책 속에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상승하면서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을 비롯한 여러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어가는 과정과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의 추격'을 단적으로 보인 사례다.
BOE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은 저가 LCD 시장을 우선 장악한 데 이어 한국이 경쟁 우위를 지키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최근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중국이 세계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68%에서 2028년 74%로 증가하는 반면, 일본, 한국, 대만은 생산 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의 대중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2024년 1∼11월 46억2천만달러로 2014년보다 79% 쪼그라들었다.
과거 10년간 한국의 대중국 수입(중국의 대한국 수출)에서도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 흐름이 나타난다.
작년 한국의 대중국 수입 상위 10대 품목에는 2015년 없던 정밀화학원료(2위), 산업용 전기기기(4위), 건전지 및 축전지(7위), 의약품(9위), 자동차 부품(10위)이 등장했다.
특히 전구체, 음극재 등 이차전지 중간재와 이차전지 완성품 수입 규모 급증이 두드러진다.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리튬 등을 포함한 정밀화학원료 수입은 2024년 수입액이 69억7천만달러에 달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CATL 등 중국 기업 진영과 치열한 경쟁 중이지만 한국 배터리 산업은 중국에 전구체, 리튬 등 핵심 중간재를 크게 의존한 결과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효자'이던 자동차 부품은 거꾸로 대표적 수입 상품으로 바뀌었다.
2015년 자동차 부품은 한국의 4번째 대중 수출 상품이었다. 작년에는 거꾸로 한국의 10대 수입 상품이 됐다.
한국 자동차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크게 위축돼 한국산 부품의 대중국 수출이 줄었고, 국내 자동차사들이 거꾸로 중국 기업과 중국에 진출한 한국 협력사에서 공급받는 부품은 늘려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 '한 양대 산업' 반도체·자동차까지 영역 넓혀가는 중국

이런 구조 변화는 한국이 중간재를 중국에 대고, 중국은 이를 가공해 자국 내수 시장과 세계에 공급하던 선명한 분업 구조가 약화하고, 범용에서부터 첨단에 이르는 산업 전반에 걸쳐 양국의 경합이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중국이 한국의 양대 수출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에서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급속히 끌어오려 공격적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나서 세계 시장에서 한중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 당국 관계자는 "중국의 급속한 제조업 발전으로 우리나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앞으로 산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가며 새 먹거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작년 12월 펴낸 '10대 수출 품목의 글로벌 경쟁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3분기 기준 한중 수출 경합도는 38.5로 2019년(38.0)보다 올랐다.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상위 5대 수출국 중 한국과의 수출 경합도가 오른 것은 중국이 유일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중국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메모리 중심의 육성 정책을 펴면서 2024년 한중 반도체 수출 경합도는 주요국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72.2로 조사됐다. 수출 경합도는 100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뜻한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은 한국에 대규모 무역적자를 안겨주는 나라였지만 산업 협력 구도 변화 속에서 이 같은 공식도 더는 유효하지 않다. 2023년 이후 한국은 2년 연속 대중 무역 적자를 기록 중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연구팀장은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많이 거론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중국이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 등 여러 산업에서 기술·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화에 나서 위협이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중국의 기술이 이미 한국을 추월한 산업도 나오는 만큼 아직 기술 우위가 확실한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는 가운데 선택과 집중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표1] 과거 10년 대중국 수출 상위 10개 품목 변동
(단위 : 백만달러)
┌───────┬───────┬───────┬──────┬──────┐
│ │2015년│ │2024년(1-11 ││
│ │ │ │월 ││
├───────┼───────┼───────┼) ─────┼──────┤
│순위 │품목 │수출액│품목│수출액 │
├───────┼───────┼───────┼──────┼──────┤
│1 │반도체│27,822│반도체 │42,472 │
├───────┼───────┼───────┼──────┼──────┤
│2 │평판디스플레이│22,093│무선통신기기│7,218 │
│ │및센서│ │││
├───────┼───────┼───────┼──────┼──────┤
│3 │무선통신기기 │7,715 │합성수지│6,139 │
├───────┼───────┼───────┼──────┼──────┤
│4 │자동차부품│6,469 │기초유분│4,972 │
├───────┼───────┼───────┼──────┼──────┤
│5 │합성수지 │6,317 │평판디스플레│4,618 │
│ │ │ │이및센서││
├───────┼───────┼───────┼──────┼──────┤
│6 │석유화학중간원│5,789 │석유화학중간│3,504 │
│ │료│ │원료││
├───────┼───────┼───────┼──────┼──────┤
│7 │석유제품 │4,419 │반도체제조용│3,432 │
│ │ │ │장비││
├───────┼───────┼───────┼──────┼──────┤
│8 │컴퓨터│3,298 │정밀화학원료│3,114 │
├───────┼───────┼───────┼──────┼──────┤
│9 │기초유분 │2,782 │석유제품│2,799 │
├───────┼───────┼───────┼──────┼──────┤
│10│철강판│2,678 │플라스틱 제│2,478 │
│ │ │ │품 ││
└───────┴───────┴───────┴──────┴──────┘
※ 자료 : 한국무역협회 K-stat 바탕으로 연합뉴스가 재구성

[표2] 과거 10년 대중국 수입 상위 10개 품목 변동
(단위 : 백만달러)
┌───────┬───────┬───────┬──────┬──────┐
│ │2015년│ │2024년(1-11 ││
│ │ │ │월 ││
├───────┼───────┼───────┼) ─────┼──────┤
│순위 │품목 │수입액│품목│수입액 │
├───────┼───────┼───────┼──────┼──────┤
│1 │반도체│11,381│반도체 │20,683 │
├───────┼───────┼───────┼──────┼──────┤
│2 │무선통신기기 │8,396 │정밀화학원료│6,972 │
├───────┼───────┼───────┼──────┼──────┤
│3 │컴퓨터│5,384 │컴퓨터 │5,900 │
├───────┼───────┼───────┼──────┼──────┤
│4 │철강판│4,186 │산업용 전기│4,804 │
│ │ │ │기기││
├───────┼───────┼───────┼──────┼──────┤
│5 │의류 │3,549 │무선통신기기│4,653 │
├───────┼───────┼───────┼──────┼──────┤
│6 │평판디스플레이│3,415 │의류│4,326 │
│ │및센서│ │││
├───────┼───────┼───────┼──────┼──────┤
│7 │산업용 전기기│3,353 │건전지및축전│3,934 │
│ │기│ │지 ││
├───────┼───────┼───────┼──────┼──────┤
│8 │정밀화학원료 │3,133 │철강판 │3,863 │
├───────┼───────┼───────┼──────┼──────┤
│9 │기구부품 │1,655 │농약및의약품│2,828 │
├───────┼───────┼───────┼──────┼──────┤
│10│레일및철구조물│1,511 │자동차부품 │2,699 │
└───────┴───────┴───────┴──────┴──────┘
※ 자료 : 한국무역협회 K-stat 바탕으로 연합뉴스가 재구성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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