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 vs 경기 부양' 한은 선택은…전문가 전망도 팽팽

입력 2025-01-13 06:01  

'환율 안정 vs 경기 부양' 한은 선택은…전문가 전망도 팽팽
"금리 낮추면 환율 더 뛸 위험"…"인하로 계엄 등에 위축된 내수 살려야"
"한은, 올해 2∼3차례 인하…기준금리 연 2.25∼2.50%로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오는 16일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경기와 환율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계엄·탄핵 사태까지 겹쳐 더 위축된 소비·투자 등 내수를 살리려면 금리를 더 낮춰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하지만, 인하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가뜩이나 불안한 원/달러 환율이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과 환율 안정 모두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한국 경제의 현안인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하·동결 전망 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환율 더 뛰면 물가도 불안…건전성 정책에 인하 효과도 의문"
13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명은 기준금리가 연 3.00%에서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계엄 선포 이후 급등한 뒤 여전히 1,470원 안팎에서 머무는 환율을 동결 전망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은 "작년 11월 이후 도널드 트럼피 전 미국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관세정책 우려에 계엄 등 국내 정치 요인도 겹쳐 환율이 많이 오른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더 낮아지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며 환율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번 주 금통위 회의 전까지 중요한 정치적 진전이나 결정이 이뤄져 환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하가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환율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오를 텐데, 한은의 정책 목표 1순위가 물가 안정인 만큼 성장보다는 우선 물가와 금융 안정 측면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만큼 경기 부양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해 10·11월 기준금리 연속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이자 부담이 완화돼야 내수 등 경기에 도움이 되는데, 가계대출 관리 등 거시건전성 금융정책의 영향으로 통화 완화 정책의 효과 전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장 선임연구위원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이 앞으로 6개월 이상 이어지는 동안 계속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나쁠 텐데, 그렇다고 계속 기준금리를 내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금리 인하만을 통한 경기 부양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책 수단을 좀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탄핵 정국과 제주항공[089590] 추락 사건 등으로 국내 소비심리가 나빠지고 단기적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지만, 금리 인하보다는 신속한 재정 집행 등의 정책이 단기 충격에는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1%대 성장률 전망에 정치 혼란까지…성장 둔화에 초점 맞춰야"
반대로 나머지 3명의 전문가는 환율이 일단 안정된 것으로 진단하고,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진작 필요성을 강조했다.
만약 이들 관측대로 금통위가 작년 10·11월에 이어 다시 금리를 내리면,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연속 인하 기록이다. 금융위기 당시 한은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무려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연 2.00%로 낮췄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선임연구원은 "재정 확장 정책으로 경기 하강을 방어해야 하지만, 정치 불확실성 탓에 정책이 부재(不在)한 만큼 통화 완화 정책이라도 우선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율 위험에는 "현재 환율 수준에 이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된 상태로, 환율이 추가로 더 오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내수 경기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우선 금리를 낮춰줘야 한다"며 "건설투자가 부진하고 소비 침체도 이어지는 데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도 올해 둔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통화 정책의 경기 안전판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올해 1∼2월 한 번 정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시장이 예상해왔고, 현재 환율에 그 예상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며 "따라서 추가 금리 인하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1%대 중후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리 인하로 경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현 수준의 미국·한국 간 금리차(1.50%p·한은 1월 인하시 1.75%p)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 이하로 예상돼 성장 둔화에 더 초점을 맞출 환경이 갖춰졌다"고 밝혔다.



◇ "한은 올해 0.50∼0.75%p 인하…美 연준은 1월 동결할 것"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한은이 1∼2월 중 인하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두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뒤 인하 사이클을 마칠 것으로 봤다.
한 번에 0.25%p씩 낮춘다고 가정하면, 올해 기준금리가 0.50∼0.75%p 더 떨어진다는 뜻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기준금리가 시장금리 등과 비교해 여전히 다소 통화 긴축적 수준인 만큼, 한은은 2월에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함께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올해 3분기까지 분기별로 한 차례씩,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연 2.25%까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역시 이번 동결을 전망한 조 연구위원도 2월 인하를 점쳤다. 그는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정책,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입장, 국내 정치 진전에 따른 원/달러 환율 진정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2월을 포함해 상반기 두 차례 인하로 기준금리가 총 0.50%p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1월이 아니더라도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연내 2∼3회 인하 가능성을 거론했고, 1월 인하론을 지지한 안예하 선임연구원, 안재균 연구위원은 올해 두 번의 인하가 더 있을 것으로 봤다.
주 연구실장은 "미국 연준이 지난해 12월 FOMC를 통해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만큼 한은도 1월 인하 이후 한번만 더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준금리의 경우 6명의 전문가가 모두 1월 FOMC에서 연준이 새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향후 물가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일단 동결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내 인하 횟수는 안재균 연구위원, 주 연구실장, 조 연구위원, 장 선임연구위원이 두 차례(최종 기준금리 연 3.75∼4.00%)에 무게를 뒀다.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세 차례 인하를 전망했고,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 번에 그칠 것으로 봤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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