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55초 분량, 한국어 통역으로 포로 2명 신문…침묵·고개 끄덕끄덕 하기도
북한군 "여기 살고 싶어요…우크라 사람들 좋은가요? 집에 가라면 가는데"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자국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생포한 북한군 2명의 신문 영상을 공개했다.
2분 55초 분량의 영상에서 이들 북한군은 눕거나 앉은 채 차분한 어조로 신문에 임했다.
신문은 한국어를 하는 남성의 통역을 통해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은 한국 국가정보원과 협력하는 한국인 통역의 지원으로 신문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북한군 생포 사실을 공개한 이후 이들을 여론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고 전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을 인도하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생포한 북한군을 풀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영상으로 공개된 신문 내용 전문.
◇ 북한군 포로 1
--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아?
▲ (고개 좌우로 흔들어)
-- 너 지금 우크라이나에 있어. 우크라이나.
▲ (고개 끄덕끄덕)
-- 우크라이나 상대로 싸우는 거 알고 있었지?
▲ (고개 좌우로 흔들어)
-- 몰랐어?
▲ (가볍게 고개 끄덕)
-- 그러면 여기 지휘관들은 뭐라고 했어? 누구랑 싸운다고 했어?
▲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어요.
-- 그러면 전선에는 1월 3일부터만 있었던 거야?
▲ (고개 살짝 끄덕)
-- 1월 3일부터 있었고.
▲ (다시 고개 끄덕)
-- 그러고 언제까지? 잡혔을 때까지?
▲ (고개 끄덕이며) 1월 3일에…. (통증이 있는지 잠시 얼굴을 찡그린 뒤 다시 말을 이으며) 와서 옆에 동료들이 죽은 것을 보고, 그러고 방공호에 숨어있다가 5일에 부상당하고….
--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 (잠시 머뭇거리다)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
-- 우크라이나 괜찮은 것 같아? 여기는 좋아.
▲ (다시 잠시 머뭇거리다가) 여기서 살고 싶어요.
-- 너는 지금 우리, 여기 우크라이나 친구들이랑 나를 포함해서 여기 선생님들 계셨잖아. 그분들이랑 잘 이야기하면 여기서 최대한 살 수 있도록 우리가 잘해볼 테니까 건강하게 잘 있어야 해. 건강하게 잘 있고, 밥 주는 거 잘 먹고. 알겠지? 자주 올 테니까.
▲ 집에는 안 보내주겠죠?
-- 집에? 집에 가고 싶어?
▲ 가라면 가는데….
-- 가라면 갈 거고.
▲ (고개 끄덕)
-- 우크라이나에 남으라면 남을 거고?
▲ (좀 더 분명하게 고개 끄덕끄덕)
◇ 북한군 포로 2
-- 북한에 가족들이 없어?
▲ (고개 끄덕이며) 으으음….
-- 있어?
▲ (다시 고개 끄덕이며) 으으음….
-- 부모님은 지금 너 어디에 있는지 알아?
▲ (고개 가로저어)
--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시선 아래로 떨구며 침묵)
-- 조선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 (고개 끄덕이며 시선 다시 위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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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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